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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더우먼 … 우아하게 악을 무찌르다

중앙일보 2017.06.01 01:09 종합 25면 지면보기
1941년 리엄 몰튼 마스턴에 의해 탄생한 DC코믹스의 ‘원더 우먼’은 근육질의 남성 영웅들이 즐비한 슈퍼 히어로 만화 역사에서 빛나는 존재로 자리해왔다. 탄생 76년 만에 실사 영화로 첫선을 보인 ‘원더 우먼’(31일 개봉)에 거는 팬들의 기대는 간절했다. DC의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016, 잭 스나이더 감독),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모두 실망스러운 평을 받아서다. 결론부터 말해 이 영화는 DC를 향한 불안을 잠재우는 것 이상을 해낸다.
 

탄생 76년 만에 실사영화로 첫선
방패 딛고 날아오르는 액션 일품

영화 ‘원더우먼’의 한 장면.

영화 ‘원더우먼’의 한 장면.

아마존 왕국의 섬나라 데미스키라에서 나고 자란 반인반신 다이애나(갤 가돗). ‘원더 우먼’은 그가 인간을 구하는 정의로운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세상 모든 선함의 이름으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다이애나는 인간이 전쟁을 벌이는 건 전쟁의 신 아레스 때문이라 생각한다. 섬으로 흘러들어온 영국군 대위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와 전장에 나가, 아레스의 현신으로 보이는 독일 장군 루덴도르프(대니 휴스턴)를 죽이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위대하면서도 엉뚱하고 낙천적인 히어로. 단단하고 늘씬한 몸뿐 아니라 선하고 밝은 기운을 지닌, 미스 이스라엘 출신의 29살 갤 가돗은 그런 원더 우먼을 맞춤하게 담아냈다. 가돗이 선보인 액션 역시 만족스럽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금속 팔찌 건틀렛과 방패, 장검 갓킬러를 써가며 적을 무찌르고, 방패를 딛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시그니처 액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슨과 갤 가돗이 만든 원더 우먼은 제법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나는 인간들을 사랑하니까.”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인간을 향한 사랑으로 선의에 희망을 걸고 증오와 적의에 대항하는 것. 원더 우먼이 가진 여성성의 힘은 이렇게 구현됐다. 21세기에 도착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 히어로. ‘원더 우먼’은 DC 유니버스 뿐 아니라 남성중심적인 할리우드에도 신선한 변화를 일으킬 영화다.
 
주인공 가돗 ‘시오니스트’ 논란 휩싸여
 
한편 30일 할리우드 리포터는 레바논에서 이 영화의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원더우먼 상영을 반대하는 모임’은 상영금지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가돗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할 때 이스라엘군을 지지한 이스라엘의 전사”라고 비판했다. 가돗은 2014년 이스라엘 방위군이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했을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스라엘 방위군을 응원하는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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