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응원도 가려서 … 야구·축구 ‘목청껏’ 테니스·골프 ‘정도껏’

중앙일보 2017.06.01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div>지난달 30일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큰 소리로 정현<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을 응원하는 한국 응원단. [사진 대한테니스협회]</span></div>

지난달 30일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큰 소리로 정현을 응원하는 한국 응원단.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종목마다 다른 응원 문화 왜
정현 시합 때 한국 응원단 주의 받아
테니스·골프, 유럽 귀족문화 반영
윔블던·피닉스 오픈 등 흥행 위해
야구·축구처럼 단체응원 허용도

“오~필승 코리아!”
 
30일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 3번 테니스 코트.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정현(21·한체대·세계랭킹 67위)이 샘 퀘리(30·미국·28위)와 맞섰다. 경기 내내 관중석에서는 한국인 응원단 30여 명이 목청껏 응원 구호를 외쳤다. 정현이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하며 2회전(64강)에 오르자 한국 응원단의 합창은 더욱 커졌다. 정현은 “포어핸드와 서브 보강에 신경을 쓰는 한편 자신감을 가지려 했다”며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상대 선수인 퀘리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경기 전부터 한국 응원단이 지르는 함성소리에 얼굴을 찡그렸다. 경기 중 퀘리가 더블폴트(서브 두 번 연속 실패)를 저지르거나 공격 범실을 할 때면 한국 응원단은 큰소리로 환호하며 박수까지 쳤다. 참지 못한 퀘리는 심판에게 항의했고, 심판은 한국 응원단에 주의를 줬다. TV중계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본 한국의 테니스 팬들은 “테니스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응원도 좋지만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테니스는 16세기부터 유럽의 왕족과 귀족이 즐기는 스포츠였다. 응원도 조용하게 하는 게 테니스의 관전 문화다. 선수들이 코트를 바꿀 때를 제외하고는 관중도 경기 중에는 움직여선 안된다. 치열한 랠리가 이어져도 점수가 나기 전까지는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 득점을 하면 박수로 격려한다.
 
골프는 선수의 플레이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조용하게 관람하는 게 매너로 여겨진다. [중앙포토]

골프는 선수의 플레이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조용하게 관람하는 게 매너로 여겨진다. [중앙포토]

골프의 응원 문화도 테니스와 비슷하다. 골프는 관람객들을 갤러리(gallery)라고 부른다. 휴대전화 벨소리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나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경기 진행요원은 수시로 ‘조용히 해주세요(Please, quiet)’라는 팻말을 들어올린다.
 
이에 비해 축구나 야구의 응원 방식은 테니스·골프와는 완연히 다르다. 축구 팬들은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을 함께 입고 일체감을 표시한다. 힘껏 구호를 외치고, 발을 구르며 응원한다. 상대팀의 실수가 나오면 격렬하게 환호해도 상관없다.
 
축구는 큰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떠들썩하게 응원하는게 일반적이다. [중앙포토]

축구는 큰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떠들썩하게 응원하는게 일반적이다. [중앙포토]

야구는 관중석에서 치킨·햄버거·맥주 등을 즐기며 자유롭게 응원한다. 특히 국내 야구 팬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치어리더와 함께 춤추고, 응원단장을 따라 노래를 부르는 독특한 응원 문화를 만들었다. 한국의 파도타기 응원, 막대풍선 응원이 메이저리그로 수출되기도 했다.
 
최천진 JTBC3 FOX Sports 테니스 해설위원은 “ 20세기초 시작된 국가대항전(데이비스컵)에서도 10년 전부터 응원 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상대 선수의 실수에 환호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종목별로 응원문화가 다른 이유는 스포츠 향유 계층이 달랐기 때문이다. 테니스와 골프는 귀족 계급에서 성행한 반면 축구와 야구는 노동자 계급에서 인기를 얻었다”며 “절제와 체면을 중시하는 귀족들은 이겨도 환호하지 않는 것이 상대를 위한 배려, 즉 ‘페어플레이 응원’이라고 생각했다. 그 영향 때문에 테니스와 골프는 여전히 조용한 응원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테니스와 골프도 최근엔 왁자지껄한 응원 문화를 일부 받아들이고 있다. 최고 권위의 테니스 대회로 유명한 윔블던 대회에서는 코트 밖 잔디광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단체응원을 이끌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은 갤러리들이 맥주를 즐기고 소리를 지르도록 허용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