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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DTI 죄면 집값 상승 5분의1로 '뚝'"...새 정부 규제강화 '칼' 만지작

중앙일보 2017.06.01 00:05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당시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이었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새 정부, 다음달 말까지 DTI·LTV 강화 여부 결정
지난해 김현미 후보자 "즉각 DTI 규제 회복 실시해야"

노무현 정부부터 주택담보대출 본격 규제
금리 인상 어려워 2005년 DTI 첫 도입
규제 강화되면 거래 감소,집값 둔화 예상
저소득층 등에 피해 우려도 나와

‘초이노이믹스’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붙인 말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집권한 8년 동안(2008~2015년) 가계부채가 564조원 늘며 1423조원으로 급증했다. 국가채무도 2008년 309조원에서 올해 682조원으로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GDP(국내 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는 같은 기간 12.4%포인트 높아진 40.4%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우리 경제는 최악의 경제성장률과 내수둔화, 가계부채 폭탄이라는 지도에 없는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새 정부 주택정책의 화두로 떠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새 정부 주택정책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는 “경제 회복의 제1과제는 현 정부의 정책인 금리를 낮춰 빚으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인 가계부채 해소에 있음이 확인됐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즉각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회복의 1과제는 가계부채 해소" 
 
이런 그의 생각은 지난달 30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된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기자: 기재위 활동할 때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해 비판했었는데. 현재 입장은.  
 
김 후보자: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 두 개의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는 요인이 됐다고 봅니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첫 마디로 LTV·DTI를 언급하면서 주택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다음달 말 규제완화 연장 시한을 앞두고 새 정부 정책이 연장 거부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기 때문이다. LTV·DTI는 새 정부의 첫 주택정책 시험대로 향후 정책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TV·DTI 대책이 새 정부 주택정책 가늠자 
 
주택대출 규제는 김 후보자가 정치에 입문해 경력을 쌓고 새 정부 주택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역시 주택정책을 주도했던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1998년 외환위기를 벗어난 뒤 2000년대 초반 집값이 급등하자 2003년 2월 들어선 노무현 정부는 주택대출 죄기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가 LTV·DTI라는 주택대출 규제 수단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이전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9월 4일 주택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LTV를 처음 도입했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등 투기과열지구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LTV 60%를 적용키로 했다. 집값의 60%까지만 대출해주라는 뜻이다. 바로 한 달 뒤인 10월 LTV 60%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LTV제도를 넘겨받아 2003년 LTV 한도를 좀더 강화하는 선에 그쳤다. 2004년엔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잇단 주택시장 규제로 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정도로 집값 불안이 가라앉으면서 정부도 더 이상 대출규제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2005년 초부터 다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과잉 유동성'이 집값 불안의 요인 
 
당시 정부는 집값 불안의 주요 요인으로 ‘과잉 유동성’을 꼽았다. 저금리와 가계대출 증가가 배경이었다. 2000년 5.25%이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01~2002년 4%대, 2003년부터는 3%대로 떨어졌다. 2004년엔 3.25%로 4년새 2% 포인트 하락했다.  
 
당시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 말 54조2000억원이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2006년 말엔 218조3000억원으로까지 부풀었다. 2002년 464조원이던 가계부채는 2006년 607조원으로 31%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을 주도했다.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2003년 60%에서 2006년 69.6%로 높아졌다.  
 
정부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를 저울질하다 대출 제한을 택했다.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통화조절이라는 ‘큰 칼’보다 대출 규제라는 ‘작은 칼’을 꺼집어 냈다.  
 
경기 위축 우려로 '작은 칼' 꺼내  
 
경기와 부동산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은 2003년 국회 속기록에서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심각한 경기침체와 부동산과열이 같이 왔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거시적인 방법으로 유동성을 줄여서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은 부동산 투기 억제의 효과는 별로 없고 그 대신 경기를 죽이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  
 
2005년 DTI 첫 도입
 
노무현 정부는 2005년 6월 비은행권으로 LTV를 확대한 데 이어 그해 8월에 DTI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앞서 2003년 10·29대책 때 추가대책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에 입각한 보다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취급기준 마련 유도’가 포함되면서 이후 DTI 도입의 씨앗은 뿌려졌었다.   
노무현 정부의 DTI는 2007년 1월 기존 소유 주택담보대출로도 확대됐다. 주택대출 규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가라앉은 주택시장이 2009년 ‘반짝’ 상승세를 보이며 대출이 늘어나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도 DTI를 적용키로 했다.  
 
2010년부터 다시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정부는 단계적으로 LTV·DTI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다 2011년 잠시 DTI 규제가 부활됐다. 2012년 5월 LTV·DTI 규제가 느슨해진 뒤 최경환 경제팀은 2014년 8월부터 LTV 70%, DTI 60%로 완화했다. 노문현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대못’을 빼버린 셈이다.  
 
2014년 8월부터 LTV 70%, DTI 60% 
 
정부는 오는 7월 말까지 두 차례에 걸쳐 규제 완화를 연장했다. LTV·DTI 완화는 유효기간이 1년인 행정지도 형태여서 일몰이 다가올 때마다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새 정부는 아직 연장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금융위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신속히 결정하겠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김현미 후보자의 언급으로 연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LTV·DTI 완화가 연장되지 않으면 LTV는 현재 70%에서 최대 20%포인트, DTI는 현재 수도권 60%에서 최대 10% 포인트 낮아진다. 대출받을 돈이 더 줄어든다는 의미다. 주택대출이 조여지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억제대고 집값 상승세도 둔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2011년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출규제 후 집값 상승률과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이 많이 떨어졌다.
 대출규제 발표 전후 3개월간을 비교한 결과 2005년 8월 DTI를 도입했을 때 아파트값 월간 상승률이 0.9%에서 0.1%로 떨어졌고 대출 증가율도 1.7%에서 0.8%로 낮아졌다.
 주택산업연구원 분석을 보면 2011년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된 뒤 월평균 주택매매거래량이 7만8000건에서 7만2000건으로 7.9% 감소했다. 월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이 0.41%에서 0.09%로 5분의1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1년 이전에는 6% 안팎에서  이후 3%대로 낮아졌다. 투자수요가 많은 강남권의 경우 LTV보다 자금동원력을 제한하는 DTI 규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대출 규제 강화가 주택시장을 급랭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 담보대출의 LTV·DTI 수준이 상한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은행권 평균 비율이 LTV 53.2%(한도 70%), DTI 33.6%(수도권 한도 60%)로 조사됐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대출규제 강화가 주택시장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자·특성 등 따라 차등적용 필요"
 
하지만 주택대출 규제의 불똥도 우려된다. 주택담보대출 용도가 주택 구입 이외로 다양하고 저소득층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자금용도별 현황 자료를 보면 주택구입 목적은 50% 수준이고 나머지는 기존 대출 상환(16.4%), 생계(11.9%) 등을 위해서였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무리하게 하면 저소득층 중심으로 가구 재무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신혼부부 등 대출특성에 따라 LTV 한도를 차등 적용하고 DTI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선 박근혜 정부가 DTI를 개선해 도입키로 한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어떻게 할지도 새 정부의 과제다. LTV·DTI와 함께 패키지로 풀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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