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위험한 필리핀? 싼값에 즐기는 최고급 힐링

중앙일보 2017.06.01 00:01
리조트 방 안에서 바라본 너처 웰니스 빌리지 모습. 

리조트 방 안에서 바라본 너처 웰니스 빌리지 모습. 

 필리핀에서 연일 무서운 소식이 들려온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이 민다나오 섬의 작은 도시 마라위를 점령하자, 필리핀 정부는 지난 5월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이 지역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민다나오 섬은 수도 마닐라에서 800㎞가량 떨어져 있지만, 마닐라 역시 여행 자제 지역이다. 세부와 보라카이 등 외국인 여행객이 많은 일부 휴양지만 여행 유의 지역일뿐 사실 필리핀은 계엄령 이전에도 줄곧 여행 자제 지역이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나라를 찾는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으로, 매년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 한국인이 단연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 소식이 줄을 잇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찾는 이가 많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마닐라 남부 타가이타이의 스파 리조트 가봤더니
1시간에 2만원대로 누리는 호사
서울 10분의 1 가격에 스파 원없이 받는다

관련기사
한국인에게 많이 알려진 세부와 보라카이 외에도 필리핀에는 테러 위협이나 불안한 치안에 떨기보다 제대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꽤 많다. 안전 걱정에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 탓에 외국인 관광객으로선 접근성이 좀 떨어지지만 일단 발만 들여놓으면 상상 이상으로 싼값에 럭셔리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마닐라 남쪽으로 1~2시간 달리면 나오는 카비테 주 타가이타이 시에 있는 타알호수 인근 휴양지가 바로 그런 곳이다. 웬만한 동남아에서 만날 수 있는 그 흔한 해변 하나 없지만 잘 가꾼 정원 속에 콕콕 박힌 리조트가 많다.  
CNN이 아시아 최고 스파로 꼽은 너처 웰니스 빌리지. 

CNN이 아시아 최고 스파로 꼽은 너처 웰니스 빌리지. 

그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건 너처 웰니스 빌리지다. 2010년엔 CNN에 꼽은 '아시아 최고의 스파 28' 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선 신라호텔의 겔랑 스파만 여기에 포함됐다.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특급호텔 속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스파라서인지 겔랑 스파는 페이셜이든 보디든 1시간짜리 기본 프로그램이 20만원에 육박할만큼 가격도 높다.  
그렇다면 너처 웰니스 빌리지는 어떨까. 필리핀 전통 힐롯(hilot) 마사지 가격이 1시간에 1200페소. 한국 돈으로 2만6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90분짜리 나이라이브(nilaib) 보디 마사지는 1800페소(4만원)였다. 개별적으로 얼마든지 스파를 더 받을 수도 있지만 숙소를 예약하면 기본적으로 스파 트리트먼트 1회가 포함되어 있다. 2인 기준으로 1박당 9500~1만2500페소(21만~27만5000원)이다. 
가격대로라면 이곳 마사지가 겔랑 스파의 10분의 1 정도 수준이어야겠지만 사실 만족도는 겔랑 스파보다 더 높으면 높았지 절대로 더 낮지는 않다.  
마닐라 남쪽 타가이타이 휴양지에 있는 너처 웰니스 빌리지. 

마닐라 남쪽 타가이타이 휴양지에 있는 너처 웰니스 빌리지. 

일단 분위기. 그 어떤 고급 스파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비록 발리 등 바닷가를 바라보며 서비스받는 스파는 아니지만 초록숲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다. 웰니스 빌리지라는 이름대로 이곳은 스파를 위한 리조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숲 길에 독채 오두막집인 숙소가 띄엄띄엄 분산되어 있는데 투숙객이 스파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마사지사가 직접 방에 와서 손님을 데리고 스파 받는 룸으로 간다. 재밌는 건 어디 멀리 떨어진 데가 아니라 대부분 숙소 바로 아래라는 점이다. 
CNN이 아시아 최고 스파로 꼽은 너처 웰니스 빌리지. 

CNN이 아시아 최고 스파로 꼽은 너처 웰니스 빌리지. 

아무리 고급 스파라도 대부분 다닥다닥 붙은 방 중 하나에 들어가 서비스를 받는데, 이곳은 정말 프라이빗하게 나만의 공간에서 마사지를 받는다. 내가 묵었던 방 이름은 아파야오(APAYAO)였는데 방 문을 열고 나와 몇 계단 내려가니 그 복층건물 1층이 바로 스파받는 방이었다. 이 숙소 건물 자체가 숲 속에 있어서인지 한쪽 벽면은 그대로 자연 돌이 노출되어 있고, 문 밖으로는 나무가 있어 분위기가 더 그럴듯했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의 스파 서비스 받는 방. 

너처 웰니스 빌리지의 스파 서비스 받는 방. 

마사지 자체도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선 인도네시아나 태국 마사지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알고보니 필리핀도 마사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풍성한 전통을 갖고 있었다. 
바나나 잎에 돌을 싸서 이걸로 마사지를 한다. 

바나나 잎에 돌을 싸서 이걸로 마사지를 한다. 

바나나 잎과 코코넛 오일을 이용해 마사지한다.

바나나 잎과 코코넛 오일을 이용해 마사지한다.

가장 유명한 게 힐롯 마사지로, 코코넛 오일을 바나나 잎을 이용해 몸에 발라가며 문지른다. 나이라이브 마사지는 스웨덴식 스톤 마사지를 필리핀 식으로 변형한 것으로, 뜨거운 돌을 바나나 잎에 싸서 이걸로 마사지를 한다. 태국 마사지처럼 몸을 막 꺾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압으로 마사지를 해주니 확실히 피로가 풀린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 안에 있는 수영장. 

너처 웰니스 빌리지 안에 있는 수영장. 

예쁜 오두막집과 잘 꾸며진 정원, 작지만 고급스러운 수영장…. 게다가 걸어서 10분 떨어진 이 스파 리조트 소유 농장에선 유기농 채소를 키워 그걸 손님 식탁에 올리고 있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팜투테이블(Farm-to-table)을 요란하지 않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싼값에 유기농 로컬 푸드를 먹고 극진한 마사지 서비스를 받다니. 이렇게 럭셔리한 스파 리조트의 스파 가격마저 너무 저렴해서 기분 좋게 놀랐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가 운영하는 농장 속 온실. 10분 떨어진 농장에서 키운 채소를 손님들 식탁에 올린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가 운영하는 농장 속 온실. 10분 떨어진 농장에서 키운 채소를 손님들 식탁에 올린다. 

이러니 찾아가기는 좀 불편하지만 정말 한번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필리핀 타가이타이 너처 빌리지 

필리핀 타가이타이 너처 빌리지 

그래도 아쉬운 건 역시 인프라였다. 마닐라 도심에서 자동차로 1~2시간이면 거리도 그리 멀지 않은데 교통편이 불편하다. 차를 렌트(1일 4만원)해서 가거나 밴을 이용해야 하는데 초행길이라면 사실 쉽지 않다.
필리핀 관광청에서 제안하는 몇가지 교통편을 소개한다. 
1.버스
타가이타이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이 마닐라 시내에 3곳 있다. 메트로 마닐라 파사이시 몰에서는 다양한 버스회사가 타가이타이를 간다. Lorna Express, DLTB Co., San Agustin, Erjohn Almark  BSC 등이다. 공항에서 가까운 브엔디아(Buendia Terminal) LRT터미널도 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130페소 정도(3000원)가 나온다. 산오거스틴(San Agustin)은 Taft MRT 정류장 근처인데 새벽 3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버스가 있다. 버스 요금은 대략 80패소(1800원)다. 
2. 밴
만약 단체로 간다면 밴이나 FX 라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편리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1인당 180페소(4000원)로 좀 비싸다. EGI Mall(LRT Gil Puyat Station 근처, 브엔디어 터미널 바로 앞)에서 이용할 수 있다. 오전 6시부터 이용가능. 
3. 자동차 렌트
렌트 비용은 하루에 2000페소(4만4000원, 기사포함)에, 추가로 기사팁과 기름값 800페소(1만8000원)이 든다.
 
 
타가이타이=글·사진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