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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말

중앙일보 1987.11.30 00:00 종합 2면 지면보기
『한국은 동아시아와 소련이 시작되는 북태평양의 열쇠다.』

『25시』의 작가이자 그리스정교회신부인 「콘스탄트· 게오르규」의 말이다. 그는 한반도모양이 귀고리같기도하고, 열쇠모양 같기도 하다고 했다. 열쇠는 혹 몰라도 「귀고리」운운은 듣기 싫다. 우리나라가 주변 강대국들의 노리개라는 말인가.

▼평양에 디스코테크가 있다는 말은 사막에 우물이 있다는 얘기만큼이나 신기하다. 그곳에서도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일까. 최근 평양을 다녀온 「엘릭·해리슨」(워싱턴 포스트지 전동경특파원)의 르포기사. 그는 『이런 현상은 10∼15년전 전환기의 중공과 같다』고 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세계경제의 교란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값이 불안하면 우선 세계교역이 불안해진다. 세계교역이 불안하면 세계경제가 흔들린다. 『검은 월요일』로 불리는 10월19일의 미국주가크래시(폭락) 는 그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크라이슬러 회장 「아이아코카」는 미국의 재정적자 가운데 1천억 달러를 삭감하는 『4개의 25』 라는 제안을 하고있다.

국방비와 사회복지비에서 각각 2백50억달러씩, 세입에서 휘발유세로 2백50억달러, 식품·의약품·공익사업요금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1센트씩 연방부가가치세를 부과함으로써 2백50억달러의 세수를 늘리는 아이디어다. 찬반은 미국의회가 할 일이지만, 미국의 문제를 미국 스스로 풀어 가는 노력도 세계우방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 근대기업의 개척자이며 경제개발사의 선도자였던 호암 이병철회장의 타계는 새삼 그의 기업가적 면모를 되새겨 보게 만들었다.

『그 험한 길을 걸어오면서 내가 얻은 하나의 결론은 「기업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시간과 돈과 기회만 있으면 누구나 재벌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반세기를 두고 기업가로서 외길을 걸어온 원로의 한마디 결론으로 『지름길이 없다』는 얘기는 모든 세상사의 교훈이 될만하다. 세상일을 그르치는 첫째의 원인이 무리한 지름길에 있다는 것을 음미하면 호암의 말뜻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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