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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경호 제공된 긴박했던 정유라 송환 작전

중앙일보 2017.05.31 17:25
정유라씨가 인천국제공항행 대한항공 KE926편에 탑승해있다. 왼편은 한국 검찰이 파견한 여성 수사관. 연합뉴스

정유라씨가 인천국제공항행 대한항공 KE926편에 탑승해있다. 왼편은 한국 검찰이 파견한 여성 수사관. 연합뉴스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 된 지 150일 만에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송환 과정은 특급 경호 작전을 방불케 했다.
 

올보르-코펜하겐-암스테르담 공항까지 활주로서 타고 내려
비행기 뒷 자리 배치해 일반인 접촉 차단, 공항 보안시설에 머물러
대한항공 탑승 후 수갑 채워지자 여유롭던 표정 시무룩해져
일반 승객의 시선 피하고 기내식도 제대로 못 먹어

덴마크 경찰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오전 정씨를 올보르에서 비행편으로 코펜하겐 공항으로 데려왔다. 한국에서 파견된 검찰 관계자들과 만나기로 한 곳이다. 정씨는 일반 승객들이 이용하는 탑승구가 아닌 활주로로 내려가 대기하던 승합차를 타고 공항 내 보안구역으로 이동했다.
 
정씨는 윙크하는 스마일 문양이 그려진 흰 반팔 티셔츠와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머리를 자주 쓸어넘기거나 웃음을 보이기도 하는 등 수감돼 있을 때보다 한층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국적기인 대한항공 KE 926편을 타기 위해 코펜하겐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으로 가는 비행편 탑승을 앞두고 덴마크 경찰과 한국 송환팀이 즉석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초 현지시간 오후 4시 25분으로 예정됐던 KLM 비행편의 출발이 1시간 이상 늦춰졌고, 출발 직전 게이트가 변경됐다.
 
정씨는 활주로에 세워진 승합차에서 대기하다 덴마크 경찰들과 함께 일반 승객이 탑승하기 전 계단으로 먼저 비행기에 탔다. 정씨는 가디건을 허리에 묶은 채로 이동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 맨 뒷자리에 먼저 탑승한 정유라씨. 왼쪽은 한국 송환팀 관계자들. 덴마크 경찰과 송환팀은 취재진과 일반인의 정씨 접촉을 차단했다. 코펜하겐=김성탁 특파원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 맨 뒷자리에 먼저 탑승한 정유라씨. 왼쪽은 한국 송환팀 관계자들. 덴마크 경찰과 송환팀은 취재진과 일반인의 정씨 접촉을 차단했다. 코펜하겐=김성탁 특파원

암스테르담행 비행기 맨 뒷좌석에 앉은 정씨의 주변 자리는 한국 수사관들로 채워졌고 접근이 차단됐다. KLM 비행편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일체 금지한다”며 심할 경우 강제로 내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한국인 승객이 휴대전화로 정씨의 모습을 담자 승무원이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화장실도 일반 승객은 앞 쪽만 쓰도록 했다.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해서도 정씨는 일반 승객이 모두 내린 뒤 활주로를 통해 한국 수사관들과 승합차로 이동했다. 대한항공에 탑승하기까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보안구역에 머물렀다.
 
하지만 국적기인 대한항공편에 탐승해 체포영장이 집행되고 수갑이 채워지면서 정씨의 태도는 달라졌다.
 
검찰 관계자들은 다른 승객보다 앞서 정씨를 비행기에 태운 뒤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수갑이 채워졌고 미란다원칙 등 유의사항이 통지돼 송환 대상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자 정씨는 시무룩해졌다.
 
이코노미석 맨 뒤 두번째 창가 자리에 앉은 정씨의 좌석은 검찰 관계자들이 포위하듯 둘러앉았다. 수갑이 채워진 손을 담요로 가린 정씨는 일반 승객들과 눈이 마주치면 창 쪽으로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 역시 기내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안내 방송에서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좌석에서 가까운 화장실에는 ‘사용불가’라고 적힌 빨간 스티커를 붙여 일반 승객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식사를 할 때와 화장실을 갈 때만 정씨의 수갑을 풀어줬다. 정씨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여성 검찰 수사관이 문 앞을 지켰다.
 
정씨는 K팝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했지만 기내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코펜하겐ㆍ암스테르담=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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