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양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과 함께 여는 미래

중앙일보 2017.05.31 16:17

자연에서 자원을 획득하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은 바로 인류 문명의 역사이다. 인류의 생존을 담보해준 자연 자원에 대한 지식과 기술은 산업혁명이 촉발한 현대 과학과 산업의 등장으로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앞으로 온 인류를 배고픔과 물자 부족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라고 하는 미증유의 사태 해결도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는 국제적으로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그 이행 조약인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의 조문에 과학기술이 많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기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종석 책임연구원(박사)

기후변화관련 국제조약에서 요구하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nery) 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리파이너리는 화학 및 생물학적 전환기술을 이용하여 광합성을 통해 무한 재생되는 생물자원으로 바이오화학제품, 바이오연료 등 인간 생활에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일련의 공정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료물질’로 하여, 어떤 ‘목표 물질’을 어떤 ‘기술’로 생산할지가 핵심 연구 분야가 된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로 인해 대규모 작물 재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육상작물 기반 원료물질바이오매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관심을 해양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해양은 원료 수급이 안정적이고 식량 자원 공급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에 최적의 바이오매스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조류 양식 경험이 풍부하고 기존의 양식시설을 활용해 대량으로 바이오매스 생산이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최근 국내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괭생이모자반, 감태, 구멍갈파래 등은 식용으로 거의 쓰이지 않아 해안에 방치되는 해조류인데, 이들을 이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해조류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육상식물에 비하면 100배 이상이고, 지역에 따라 연중 수확이 가능하며, 다당류를 건조중량당 50% 이상까지 함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해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해양바이오매스는 이용률 면에서 육상식물에 견주어 확고한 비교 우위를 점한다.  
 
그런데 바이오리파이너리 관련 연구 개발과 산업적 생산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바이오에너지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 성과와 그에 따른 연구의 지속성은 유가와 에너지정책 등 외부변수에 취약하게 된다. 이미 독일은 2030년부터 자국내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의 판매를 금지하는 독일 연방상원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네덜란드, 노르웨이, 인도, 중국 등도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불황과 풍력, 태양, 파력, 조력 등 다양한 대체에너지 개발, 쉐일가스의 적극적 개발로 국제유가는 앞으로도 지속적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가치를 전망할 때 바이오에너지 한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바이오화학제품 등으로 분산하여 투자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매스로부터 유용 화학제품을 제조할 때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비해 약 4.7배정도의 가치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바이오매스 생산량, 기술경쟁력, 산업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물질, 정밀화학 중간체 등을 위한 바이오리파이너리 관련 기술개발 투자가 보다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해조류 중심의 해양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은 기후 문제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넘어설 것이다.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은 다시마 등 냉대 해조류 숲이 우거진 러시아, 산호와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동남아 국가 등 바이오매스 해양자원 부국들과의 유리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미이용 해양자원을 발굴하는 하는 기술적 지렛대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친환경·미래지향적으로 재편성하기 위해서는 해양바이오리파이너리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