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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최순실이 출산 반대하자 '난 엄마 없다'며 가출"

중앙일보 2017.05.31 15:27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어릴 적부터 돌봐준 측근이 “정씨가 임신 후 가출까지 하는 등 어머니 최씨와 심한 갈등을 빚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의 심리로 30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박원오(67)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해 정씨의 출산 전후 상황을 진술했다.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이었던 박씨는 2000년대 중반 정씨의 승마 훈련을 도운 것을 계기로 최씨 모녀와 친분을 쌓았다.
 
박씨는 “2014년 12월쯤 최씨가 전화 와서 ‘유연(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가 집을 나갔어요’하며 울먹거렸다”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만났다”고 말했다.  
 
정유라씨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 정씨는 이 비행기에서 31일 오전 4시8분쯤 체포됐다. [연합뉴스]

정유라씨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 정씨는 이 비행기에서 31일 오전 4시8분쯤 체포됐다. [연합뉴스]

 
박씨의 진술에 따르면, 최씨는 박씨에게 “유연이가 신림동 근방에 있다고 한다. 원장님을 잘 따르는 아이니 수소문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는 이후 여러 사람을 수소문해서 정씨와 연락이 닿았고,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정씨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신모씨와 함께 나왔다.  
 
박씨는 “임신을 해서 파카(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배가 불러있었다. 둘이 살고 있는 집에도 가봤는데 골방 같은 곳에서 살고있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살면 되겠냐. 엄마랑 상의해서 잘 해보자’고 하자 정씨가 ‘난 엄마 없다’며 거부해 설득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정유라(왼쪽)씨와 최순실 씨 모녀. [중앙포토]

정유라(왼쪽)씨와 최순실 씨 모녀. [중앙포토]

 
정씨가 자신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외국 대신 제주도에서 출산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씨는 “처음에 최씨는 ‘유산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내가 반대하자 최씨는 ‘서울에서 애를 낳으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드니 외국에서 낳도록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씨 역시 “아이를 엄마가 안 좋게 할 수 있으니 (외국에) 못 가겠다”고 거부했다.
 
결국 정씨는 이모인 장시호씨의 도움으로 제주도에 한 아파트를 임대해 이듬해 5월 아이를 낳았다. 박씨는 “이후 최씨에게 ‘애를 낳은 게 왜 창피한 일이냐. 결혼하면 된다’고 했지만 최씨는 ‘(그 남자친구는) 결혼 상대가 아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나쁜 사람’ 표현 최순실이 먼저 써”=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됐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해 최순실씨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 등은 2013년 4월 청와대로부터 감사 지시를 받았다.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정유라씨가 우승을 하지 못하자 최씨가 “진상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청와대로부터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나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중앙포토] 

 
박씨를 만난 뒤 이들은 “승마계 내부에 최(순실)씨파와 반대파의 파벌 다툼이 심하고 양측 다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두 사람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했고 얼마 뒤 이들은 경질됐다.
 
박씨는 “최씨가 문체부 공무원을 만나보라고 해서 만나 승마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갑자기 내 인적사항을 알고싶어했다”며 “나중에 최씨에게 ‘문체부가 내 뒷조사를 한다고 한다’고 하니, 최씨가 ‘참 나쁜 사람이네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박 전 대통령도 그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둘 사이가 가깝다고 느낀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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