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英여론조사서 보수당 과반 상실 전망…메이 총리 위기

중앙일보 2017.05.31 12:09
30일(현지시간) 영국 울버햄튼에서 연설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영국 울버햄튼에서 연설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내달 8일 치러지는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20석을 잃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수당의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당 내에선 노동당에 역전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내달 총선서 310석으로 과반에 16석 미달 예측
당 내에선 "곧 지지율 노동당에 역전당할 것" 우려 제기

메이 총리의 고령층 복지 축소 공약 이후 보수당 지지율 급락
과반 확보 실패시 브렉시트 동력 상실…메이 책임론 나올 수도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의 의석이 현 330석에서 과반(326석)에 못 미치는 310석으로 줄어드는 반면 제1야당 노동당이 29석을 추가로 확보해 25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의 과반 상실을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4월 조기 총선을 선언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보수당이 노동당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은 지지율을 보여 보수당의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5월 한달 동안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좁혀지면서 지난 28일엔 보수당의 우위가 6%포인트까지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급속도로 추락하는 지지율에 보수당 내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보수당 관계자는 영국 데일리메일에 "향후 며칠 내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노동당에 뒤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조기 총선은 메이가 그린 그림이다. 총선에서 압승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고 내달 19일 개시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 메이 총리의 이 생각은 물거품이 된다. 
 
 
노동당의 선전은 메이의 강경론을 헝클어뜨린다. 메이는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하드 브렉시트'(합의 없이 EU에서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강공을 고수해왔다. 이에 반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반드시 EU 측과 협상을 이뤄내겠다며 하드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배제해왔다.
 
영국 정가에선 보수당의 지지율 하락에 결정타를 가한 요인을 '치매세'(dementia tax) 논란으로 꼽고 있다. 메이는 지난 18일 발표한 총선 공약집을 통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던 요양비용 수급 기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AP=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AP=연합뉴스]

 메이로선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 셈이었다. 고령층에 대한 복지 지출은 재정 부담을 높이는 주 요인이지만, 동시에 고령층은 보수당의 주요지지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노동당은 이 공약이 치매에 취약한 고령 인구의 비용 부담을 늘렸다며 사실상 치매세나 다름없다고 보수당을 공격했다. 치매세 논란이 가열되면서 고령층이 보수당에 등을 돌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메이 총리는 22일 "고령 인구가 돈을 더 내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공약을 철회했다.
 
 하지만 수습하기엔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메이 총리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당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약을 관철시킨 이는 메이 총리의 측근인 닉 티모시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이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프랜시스 모드 전 무역투자부 장관은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앞선 상태로 유세를 시작했다면 무난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지 누가 화를 낼 만한 말을 해선 안 된다"며 메이 총리를 질책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방송 인터뷰 중인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방송 인터뷰 중인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AP=연합뉴스]

 
다급해진 메이 총리는 코빈 노동당 대표를 상대로 인신공격성 공세에 나섰다. 그는 30일 기자들 앞에서 전날 코빈의 방송 인터뷰를 언급하며 "코빈이 방송 인터뷰에 나올 때는 경호원들이 양복을 입혀줄 수 있었겠지만 브렉시트 회담장에는 혼자서 벌거벗은 채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에 유화적인 입장인 코빈을 비꼬는 발언이었다.
관련기사
 
일부 청중들이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자 메이 총리는 "(코빈의 나체가) 상상하기 싫은 모습이라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라며 코빈을 우스개거리로 삼았다. 노동당 측은 인신공격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선거캠프 방침을 들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