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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우려에...정신질환 강제입원 진단 ‘2주 연장’ 없던 일로

중앙일보 2017.05.31 12:00
서울의 한 정신병원 내부 모습. [중앙포토]

서울의 한 정신병원 내부 모습. [중앙포토]

정신질환자가 강제입원할 때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기한을 2주 연장하는 방안이 없던 일로 됐다. 의사의 진단이 늦어지면 입원 환자의 인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같은 병원에 소속된 의사가 2차 진단을 맡을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하면서 본래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개정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강제입원할 경우 전문의 한 명이 먼저 입원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2주일 이내에 다른 의료기관(국공립병원·지정 민간병원 등)의 전문의 한 명이 2차로 진단을 내려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기존 정신보건법에선 전문의 한 명이 진단을 내리면 곧바로 입원이 가능했지만 '인권 보호'라는 목표에 맞춰 절차를 강화했다.

정신건강복지법 30일 시행...입원 진단 2주 내 마쳐야
기간 길어지면 인권 침해 가능성, 입법 예고와 달라져

진단 맡을 전문의 모자라면 '같은 병원 의사' 예외 생겨
"인권 강화와 '짬짬이' 방지 등 법 취지 역행" 지적 나와
복지부 "현장점검 강화할 것, 인력 문제 따른 한시 조치"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두 달 전 입법 예고했던 하위법령 내용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인력 부족 등에 따라 2차 진단이 2주 이내에 어려울 경우 한 차례에 걸쳐 '2주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의사의 첫 강제입원 진단이 나온 뒤 4주까지는 입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기한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30일 시행된 법 시행규칙에는 그런 내용이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법제처와 협의한 결과 환자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원래 법대로 2주 내에 2차 진단을 마무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 정신병원인 이 곳은 내부 디자인을 밝게 바꿔 정신병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중앙포토]

서울 광진구에 있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 정신병원인 이 곳은 내부 디자인을 밝게 바꿔 정신병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중앙포토]

  복지부는 대신 2차 진단 의사가 배정되지 않은 경우 예외적으로 같은 병원의 전문의가 진단할 수 있다는 공문을 일선 병원에 보냈다. 국공립병원 전문의 채용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는 등 인력 사정이 불안하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정신과 전문의가 관리 시스템으로 2차 진단을 의뢰했는데 국공립 병원-국립대 병원-지정 민간 병원 등의 우선순위가 모두 밀려 12일째까지 배정이 안 된 경우엔 같은 병원 의사가 부득이하게 진단을 맡는 식이다. 이는 법 43조의 '해당 지역의 정신의료기관 또는 전문의가 부족한 사정이 있으면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체적 시행방안을 정해서 진단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활용했다. 대신 같은 병원에 소속된 전문의가 2차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고 기한을 명시했다.
정신질환 법은 바뀌었지만...
  이에 대해선 환자 인권 강화와 의료기관 내 '짬짬이' 방지를 내세운 법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환자 인권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병원도 많은데 같은 의료기관 의사가 1·2차 진단을 가능하도록 한 것은 인권 보호와 맞지 않는다. 차라리 국공립병원 전문의 수를 빨리 확충하거나 복지부 장관이 2차 진단을 맡을 민간 병원을 강제 지정하는 방안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2차 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는 병원에 대해선 현장점검 등을 집중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같은 의료기관 전문의에게 1·2차 진단을 모두 받은 환자는 입원 후 3·6·12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연장 심사에선 반드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차전경 과장은 "법 시행 초기라서 전문의가 부족해 진단이 늦어지는 걸 막기 위한 대책일 뿐 인력 구성에 문제가 없다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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