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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44% “일하다 부당한 일 겪어도 그냥 참아요”

중앙일보 2017.05.31 10:35
국내 북한이탈주민 44%가 일하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주로 참고 넘겨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등 공공기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우는 8%도 채 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노동권 실태조사'에서다.
 
인권위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북한이탈주민 대상 취업상담과정 개선 및 활성화, 노동권 상담과 구제기능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통일부장관에게도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지원금 연장 사유 확대 등 관련 실무 편람을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통일부가 발표한 지난 3월 기준 국내 북한이탈주민 수는 약 3만여 명이다. 
 
2015년 실시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은 채용 과정에서는 물론 직장 내에서도 노동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동권 인식 정도가 낮아 임금 미지급·부당해고 등 위법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에 거주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노동은 권리가 아닌 '충성'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 [자료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 [자료 통일부]

 
조사에 응답한 북한이탈주민 43.7%는 노동권을 침해당하더라도 '참고 넘기는 등 해결한 적이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등 공공기관의 도움으로 해결'한 비율도 7.7%로 낮았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내용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혀 모른다'는 응답은 17.7%였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이탈주민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154만6000원으로 일반국민(229만7000원)의 67% 수준이었다. 같은 해 남북하나재단 실태조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일용직과 단순노무종사자 비율이 일반국민에 비해 2~3배 높았고 평균 근속기간은 1년 4개월로 5배(일반국민 5년 8개월)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인권위는 북한이탈주민의 취업률과 장기 근속률을 높이기 위해 먼저 통일부가 운영하고 있는 정착자산 형성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은 5년인 거주지 보호기간 동안 정착자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출산 또는 병역의무 이행 시 2년의 범위에서 지원 연장이 가능하다. 인권위 측은 "정착자산 지원 연장 사유를 현행 '출산 또는 병역의무의 이행' 뿐 아니라 '장기 입원, 필수적인 직업 훈련' 등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북한이탈주민이 역량·적성에 맞는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의 전문 취업상담과정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취업 후에는 노무사 등 전문가를 활용해 북한이탈주민의 노동권 상담·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가 북한이탈주민의 취업률과 장기 근속률을 제고하고 북한이탈주민이 취업 현장에서 권리를 보장받으며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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