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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0대 여직원 "50대 상사가 성희롱"…한은, 가해자 직위해제

중앙일보 2017.05.31 09:53
 한국은행 20대 초반 여직원이 팀장급 간부 2명으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31일 경영인사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50대 남성 팀장 2명을 직위해제키로 결정했다. 
 

50대 팀장 2명 "과일은 까느냐 벗기느냐" 수차례 언어적 성희롱

한은의 한 지역본부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달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고등학교 졸업 뒤 한은에 입행한 A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에 걸쳐 같은 본부에서 일하는 남성 상사로부터 수차례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A씨 진술에 따르면 가해자 중 한명인 B씨는 A씨가 과일을 깎는 것을 보고 “껍질을 까는 것이냐, 벗기는 것이냐”, “여자들은 과일을 채집해 까는 것을 잘하고 남자는 벗기는 것을 잘한다. 너는 왜 껍질을 잘 못 까느냐”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다른 가해자 C씨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며 웃었다. 또 이들은 회식장소에서 A씨에게 “나이답지 않다. 막내라면 통통 튀는 매력이 필요하다. 노력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퇴근길에 자신들의 차를 타지 않겠다는 A씨에게는 “○○(지역) 출신이라 쓸데없는 자존심만 높다. 자존심 좀 낮춰라”라고 말했다.     
 
A씨는 이런 식의 언어적 성희롱이 여러 차례 발생하자 퇴사를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 하다가 지난달 성희롱 피해사실을 회사에 신고했다. 
 
가해자 B팀장은 올해 초 정기 인사로 지역본부에서 한은 본부로 자리를 옮겼고, C팀장은 아직 피해자와 같은 지역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한국은행 본부. [중앙포토]

한국은행 본부. [중앙포토]

이날 한은이 낸 참고자료에 따르면 한은 본부 인사팀은 지난달 A씨가 이러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A씨에게 전화해서 이를 정식 신고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A씨는 본부 인사팀에 정식으로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성희롱 고충상담·처리 신청서를 냈다. A씨는 인사팀에 "C팀장과의 분리근무를 원하진 않고, 7월 정기인사 때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후 조사를 거쳐 이달 18일 성희롱심의위원회를 열고 사건을 심의했다. 위원회는 B팀장에 대해 3건, C팀장에 대해 1건의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경영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경영인사위원회는 이들이 팀장으로서의 임무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6월 1일자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절차도 추후에 진행키로 했다. 징계 수위는 면직·정직·감봉·견책 중에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은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로 인해 초래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어서 성적인 농담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데 일부 직원의 생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에 대한 한은의 대처가 그동안 안이한 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2년 전에도 한은에서는 비슷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은 1년 뒤 부장급으로 승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 후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내용이 심각하다면 정말 심각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려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성희롱 사건) 재발은 방지해야 한다. 성희롱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고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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