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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열고, 내려놓으니, 달라진 한화 이태양

중앙일보 2017.05.31 07:30
한화 이태양. 대전=양광삼 기자

한화 이태양. 대전=양광삼 기자

"왜?"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 우완 이태양(27)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팬들 앞에 섰다. 수훈선수로 꼽혔지만 4와3분의2이닝 3실점이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그로부터 3주 가까이 지난 30일. 이태양은 활짝 웃으며 다시 한 번 인사를 했다. 올 시즌 홈구장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따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용까지 완벽했다.
 
이태양은 '홈 경기' 징크스에 시달렸다. 이날 전까지 이태양은 대전에서 5차례 등판(4선발)해 3패, 평균자책점 9.53을 기록했다. 5이닝 이상 던진 것도 1번에 그쳤다. 원정에선 1승1패 평균자책점 4.82로 평범했다. 유독 초반에 불안한 점도 있었다. 1회 평균자책점은 7.88이었고, 피안타율은 0.353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민병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좋게 출발한 뒤 최주환과 에반스를 각각 2루 땅볼과 3루 땅볼로 처리했다. 1회를 자연스럽게 넘기자 술술 풀렸다. 2회엔 풀카운트 끝에 볼넷 2개를 줬지만 실점은 하지 않았다.
 
가장 큰 위기는 4회.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2루타를 내줬고, 1사 뒤 박건우에게 또다시 안타를 내줘 1, 3루에 몰렸다. 양의지에게도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아웃카운트를 늘렸고, 허경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탈출했다. 5회 2사 1루에서 에반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한화 팬들은 이태양의 이름을 연호했다. 6이닝 5피안타·2볼넷·3탈삼진·무실점한 이태양은 한화가 5-2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2승(4패)을 올렸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7.07에서 6.05까지 낮췄다.
 
이태양이 가장 기분좋은 건 팀이 3연승을 달렸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 퇴진 이후 네 경기를 연속으로 지며 8연패까지 추락했던 한화는 최근 3연승을 질주했다. 8위 kt와 승차도 0.5경기까지 줄어들었다. 부상중인 이용규를 대신해 주장 대행을 맡고 있는 송광민도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할 정도로 더그아웃도 밝아졌다. 이태양은 "팀이 연승을 하는데 한몫을 해 기분이 좋다. 투수코치님과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시즌 초반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다. 시즌 초반 다섯 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없이 3패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2일 LG전에서 첫 승을 따내면서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24일 KIA전에선 2와3분의2이닝 5실점하며 무너졌다. 이태양은 "나 자신에게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내가 10승을 해본 것도 아닌데 너무 쫓긴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했다. 그동안 볼넷 이후 실점이 많았기 때문에 1점씩만 주자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를 다시 일으킨 건 선수단의 아낌없는 조언이었다. 이태양은 "송신영, 송창식 형이 '공을 늦게 보여주라는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김)태균이 형도 '팔이 짧게 나오는 투수가 치기 힘들다'고 알려줬다"며 "최근에 주자가 없을 때도 세트포지션으로 던지고 있다. 와인드업으로 던지면 릴리스포인트가 흔들렸는데 타이밍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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