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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 정부 장관 인선의 기준

중앙일보 2017.05.31 02:30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호균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김호균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 내각의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행정 각 부의 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제94조)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미 내정된 경제부총리·외교·국토교통·문화체육관광·행정자치·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타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선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천하는 데 부처 수장인 장관의 역할은 막중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 장관제’에 대한 소신도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능력과 자질을 가진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등용될지가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비전의 ‘역동적·창의적 실천자’인 부처 장관의 인선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책임장관제 소신 강한 대통령
주변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과
공공가치 겸비한 인물 골라야
대선 빚 갚는 각료인선은 금물

첫째, 도덕적인 측면이다. 국제화·세계화 등 행정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시대적인 사회통념에 따라 절대적인 기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병역·세금 등 국민의 의무와 관련되거나 뇌물과 윤리적 스캔들, 부동산 투기나 자녀 교육과 관련한 위장전입 문제 등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전의 정부에서는 위 사례와 관련해 도덕성이나 윤리성이 담보되지 않은 ‘부적격’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일을 수차례 강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대통령의 국정수행 동력이 크게 떨어졌고 나아가 해당 부처가 내놓은 정책 등이 조직 내외의 수많은 저항에 부딪혀 행정의 낭비와 비능률을 가져오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둘째,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혜안, 그리고 열려 있는 개방성과 감정이입능력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이전의 다른 정부에서 각각 장관을 장기간 지낸 A씨의 경우 전문적인 식견은 뛰어나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직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묵살하는 행태로 일관했다. 그 결과 부처 구성원-장관의 사이가 물과 기름 관계를 보였다. 이런 사실은 장관의 성공적 업무수행에 있어 경청과 감성능력(emotional intelligence)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셋째, 불편부당성과 균형적인 감각을 통해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 즉 비전을 제시하는 조직운영 역량이다. 이를 위해 부처 장관은 조직 내의 소외된 구성원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 지향의 성숙한 파트너십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는 조직구성원의 시너지 창출 효과를 통해 조직이 지향하는 하나의 방향(큰 그림)으로 구성원의 힘을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외부에서 수혈된 이전 정부 B장관의 경우 부처 장악이라는 명분 아래 조직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쌍방향의 상호작용 대신 수직적 권력 관계를 선호했다. 당연히 부처 조직원들과 오랜 기간 소모적 갈등관계를 피할 수 없었다. 장관 인선에서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넷째, 외부 환경과의 네트워킹 능력이다. 국회, 언론, 시민사회, 다른 공·사 조직과의 유연한 소통 및 정책 설득 역량이 특히 중요하다. 이를 통해 조직 외부에서 불어오는 부당한 외압을 차단하고 조직의 건실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나아가 정책이 지향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이 국민에게 적확하게 전달되어 집행이 원활히 이뤄지는 순풍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다섯째, 다양성(diversity)의 요소다. 이는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글로벌화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성별이나 지역은 물론 장애 여부, 사회계층, 나아가 사고나 가치·신념을 포괄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역량이 이에 포함된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장관 후보자나 가족의 이중국적 문제도 이러한 틀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공공 가치(public values)에 대한 높은 이해와 실천 역량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 공공 가치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조직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관련이 깊다. 공공 가치는 크게 사회적 약자나 소외세력에 대한 배려, 주요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국민이나 이해 관계자의 다양한 목소리 경청 등 공정한 절차를 중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창의성과 혁신의 중시, 사익을 넘어 공익을 실현키 위한 헌신적 태도, 국민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균등한 기회 보장 등 헌법적 가치에 대한 지지 등이 포함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던 국정 농단 사태나 세월호 대재앙 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고위공직을 맡거나 맡을 예정인 인사들의 공공 가치에 대한 인식이 각별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조직 안팎에서 제기되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도전적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문제해결 역량을 가진 인사(adaptive leader)여야 할 것이다. 차후의 선거를 의식해 특정 지역 인사를 해당 분야의 역량과는 무관하게 장관으로 임명하거나, 집권에 도움을 준 세력에게 진 빚을 되갚는 ‘정치적 도구’로 장관직을 부여했던 과거의 사례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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