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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추경전쟁 개막 … “돈 계속 들 일자리 예산엔 신중해야”

중앙일보 2017.05.31 01:39 종합 10면 지면보기
선전포고는 끝났다. 긴장이 감돈다. 다음달 7일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처음 맞부닥칠 ‘추가경정예산(추경) 전쟁’의 막이 오른다.
 

정부, 추경안 내달 7일 국회 제출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 땐
매년 예산 들어가 재정 부담 가중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는 셈
민주당 “성장 마중물 위해 꼭 필요”
야3당 “증세폭탄 불가피” 반대 입장

3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0조원대 규모의 추경을 다음달 초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7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마중물로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용 추경 편성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국민 세금으로 공공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다”며 공동 맞대응을 선언한 상태다.
 
추경은 정부가 본예산을 편성한 이후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본예산을 변경해 새롭게 만든 예산을 말한다. 거의 연례행사처럼 추경이 편성돼 국민에게도 이미 익숙하다. 실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열두 차례나 추경이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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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추경은 과거와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이번 추경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의 추경은 대부분 태풍·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천재지변이나 4대 강 사업 등 국책사업, 세수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편성된 원 포인트 구원투수였다.
 
이번 추경은 그렇지 않다. 추경 편성으로 나랏돈을 투입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인력, 그중에서도 공무원 1만2000명에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일회성 재정 지출이 아니라 향후에도 계속 나랏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추경안 국회 통과가 곧 공무원 인건비 부담 증가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다.
 
당장 내년 본예산안에 이번 추경을 통해 충원하는 공무원의 급여를 반영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의 퇴직 이후 지급하는 연금까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공무원은 한 번 고용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인이 그만두지 않으면 내보낼 수 없다. 5년간 총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고용한다는 계획이 이행되면 매년 인건비 부담은 늘어난다. 그 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야당도 이 문제를 핵심 표적으로 삼았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9일 “야 3당 정책위의장 회동 결과 공조를 통해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등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인기영합형 공약은 무차별 증세 폭탄을 현실화하거나 미래 세대에 국가부채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등 적극적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추경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집중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까지 받는 공무원 수를 늘리는 정책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전체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불투명한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는 이유가 국가재정법상 요건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공공부문 인력 증원을 목적으로 한 추경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 이행을 위해 취임 직후 1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재정법에는 전쟁,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 등을 추경 편성 요건으로 명시해뒀다. 공공부문 인력 증원은 추경 요건이 아니다.
 
일부선 "수출·증시 호전돼 추경 불필요”
 
과거 추경 편성 때와 달리 경기에 훈풍이 부는 게 뚜렷하다는 점도 이번 추경 편성을 놓고 논란이 되는 부문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흙빛이었던 경기는 올해 들어 일부 지표를 중심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수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더니 생산과 투자도 덩달아 호전됐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도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1분기에 한국 경제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0.9%의 성장률(전기 대비)을 기록했다. 경기가 개선되는 데 추경을 편성하면 오히려 돈이 시중에 풀려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과거 전례를 보면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유가·고물가 고통 경감용의 2008년 추경, 4대 강 살리기 예산이 반영된 2009년 추경 때도 법적 요건에 부합하느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추경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에는 경기회복 기미가 보였는데도 추경 편성을 강행한 적이 있다. 기재부가 추경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직후인 그해 4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는 0.9%(확정치는 0.7%)에 달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그렇지만 정부와 여당은 “경기의 흐름이 여전히 나쁘기 때문에 1개 분기 성장률이 좋게 나왔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다”며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과거 전례를 제시하면서 경기나 적법성과 관련된 논란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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