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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시민 품에 돌아왔는데, 광화문광장은 …

중앙일보 2017.05.31 01:33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울시는 30일 서울광장의 불법 점거 텐트를 철거한 뒤 다시 잔디를 심었다. 준비한 잔디가 부족해 빈 공간은 31일 채워진다. [전민규 기자]

서울시는 30일 서울광장의 불법 점거 텐트를 철거한 뒤 다시 잔디를 심었다. 준비한 잔디가 부족해 빈 공간은 31일 채워진다. [전민규 기자]

서울광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던 보수단체의 텐트촌이 30일 철거되면서 서울광장이 다시 잔디로 채워졌다. 지난 1월 21일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가 텐트를 설치한 이후 130일 만이다.
 

불법 점거했던 보수단체 천막 41동
서울시 130일 만에 철거, 잔디 심어
광화문 세월호 텐트는 재정비 계획
보수단체 “형평성 어긋난다” 반발
유족 측 “광장은 시민의 것, 대안 논의”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약 30분 동안 텐트 41개 동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걷어냈다. 서울시 직원과 서울 종로구·중구 소방서 직원 등 800여 명이 동원됐다.
 
서울시는 텐트 철거 후 잔디가 비어 있던 공간(원형 잔디밭의 25% 정도)에 잔디를 심었다. 이날 준비한 잔디가 부족해 일부 공간은 31일 작업을 이어 갈 계획이다. 텐트가 있던 자리는 잔디가 뿌리를 내리는 6월 말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울광장, 내달 말 시민 이용 가능
 
130일간 서울광장을 점거했던 텐트촌.  [전민규 기자]

130일간 서울광장을 점거했던 텐트촌.[전민규 기자]

경찰도 480여 명이 서울광장에 출동해 충돌에 대비했다. 그러나 40여 명의 국민저항본부 관계자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철거 장면을 지켜봤다. 김인철 서울시 행정국장은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해야 할 서울광장의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있어 광장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게 행정대집행을 결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민저항본부의 텐트 불법 점거로 인해 ‘2017 지구촌 나눔 한마당’ 등 예정 행사 33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행정대집행에 앞서 국민저항본부에 5차례에 걸쳐 변상금 63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행정대집행 알림도 12차례 발부하며 자진 철거를 유도했지만 결국 강제 집행을 했다.
 
직장인 차지혜(31)씨는 “천막이 보기에도 안 좋았고 시위로 인한 소음 공해도 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박사모 등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는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을 비판했다. 박사모 부회장 신모씨는 인터넷 카페에 “서울시청이 중장비와 트럭을 동원해 우리의 애국 성지를 무지막지하게 짓밟았다”는 글을 올렸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성명을 내 “정치 천막인 세월호는 3년을 넘겨도 방조·방관하던 박원순 시장이 불과 4개월 운영된 태극기 천막을 철거한 것은 행정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텐트. [전민규 기자]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텐트. [전민규 기자]

보수단체의 텐트가 철거되면서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관련 텐트 14개 동의 처리 여부가 주목을 받자 서울시는 공식 입장을 냈다. 서울시는 세월호 텐트는 손대지 않는 대신 새로운 추모공간으로 재정비할 계획을 밝혔다. 허영 서울시 정무수석은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등 세월호 유가족단체와 광화문광장 활용방향을 놓고 꾸준히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미수습자 문제가 남아 있고 진상조사가 안 됐기 때문에 당분간 철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14개 동의 텐트 중 11개 동은 2014년 7월 서울시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마련해 준 것이다. 무단으로 세워진 3개 동은 서울시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데 서울시와 공감대를 형성했고 광화문광장을 세월호 추모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세월호 텐트만 유지하고 추모공간까지 조성한다면 세월호 추모란 순수한 취지와는 다르게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는 장소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단체 텐트 서울광장 무단점거 130일
 
1월 21일 국민저항본부, 서울시 승인 없이 서울광장에 텐트 41개 동 설치
1월 23일 서울시, 광장 내 천막 등 자진 철거 요청
1월 31일~2월 9일 행정대집행 계고서 1~3차 전달
2월 28일 박원순 시장, 집시법 위반 및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국민저항본부 고발
3월 10일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4월 1일~5월 25일 서울시, 국민저항본부 측에 행정계고서 10차례 교부
5월 30일 서울시, 철거 행정대집행
 
임선영·서준석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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