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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단백질 보충제 먹고 몸짱 꿈? 과잉 섭취 땐 소화불량, 신장 망가져

중앙일보 2017.05.31 01:15 종합 16면 지면보기
서울 마포구 TNK 바디스쿨 남규현 트레이너가 단백질 보충제를 물에 타서 마시고 있다. 이런 보충제를 많이 먹으면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 마포구 TNK 바디스쿨 남규현 트레이너가 단백질 보충제를 물에 타서 마시고 있다. 이런 보충제를 많이 먹으면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27일 서울시청 8층에서 열린 보디빌딩 대회는 근육질의 아마추어 참가자와 프로 선수로 붐볐다. 참가자들은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밥·빵 같은 음식을 먹으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였다. 반면 물은 먹지 않았다. 아마추어 참가자 전경수(24·헬스 트레이너)씨는 “탄수화물은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물을 마시면 근육이 물렁해보여 피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물 대신 뭔가를 마셨다. 이온음료나 주스에 알약 또는 가루 형태의 ‘부스터(촉진제)’ 제품을 타서 마셨다. 전씨는 “평소에도 부스터를 포함해 단백질·BCAA(루신·이소루신·발린 등 아미노산) 등 여러 가지 근육 보충제를 먹으며 몸을 만든다”고 말했다.
 

양날의 칼, 근육 강화용 보충제
단백질 과다로 위산·위액 분비 늘어
아미노산 처리하느라 신장에 부담
결석·통풍·급성 신부전증 위험도
음식으로 영양소 섭취하는 게 최선
보충제는 성분 확인하고 적정량만
해외 직구 땐 유명회사 제품이 안전

전씨 같은 선수급 만 근육 강화용 보충제를 찾는 게 아니다. ‘몸짱’을 꿈꾸는 일반인 사이에도 많이 쓰인다. 직장인 최희철(32·광주광역시)씨는 “운동을 10년 넘게 해도 근육이 붙지 않았는데 보충제를 먹으면서 근육이 커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 절반 이상이 단백질 같은 보충제를 먹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 영양사이자 헬스 트레이너인 이호욱(34)씨는 보충제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하루 평균 200~300건의 질문을 받는다. 이씨는 “많게는 하루 500건 이상 질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근육 보충제에는 ▶단백질(주로 가루 형태) ▶크레아틴 ▶아미노산류의 아르지닌·글루타민·BCAA 등이 있다. 단백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능성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영양소 부분)이다. 단백질은 근육을 구성하는 영양소다. 음식에도 들어 있지만 양이 한정돼 있다. 그래서 단백질을 추출해 근육 보충제로 쓴다. 2015년 270억원어치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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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의 일종인 크레아틴도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다. 아미노산 유사 물질이다. 식약처에서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아르지닌·글루타민·BCAA 등은 아미노산이다.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되면 아미노산이 되는데, 이 아미노산만 추출해 근육 보충제로 쓴다.
 
근육 보충제는 근육을 더 잘 붙게 하고 근육 피로를 풀어준다. 원리는 이렇다. 단백질은 탄수화물·지방과 달리 몸에 저장되지 않는다. 대신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혈액을 타고 몸을 돌다가 필요한 조직·세포에 쓰인다.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가 파열되는데 이 근육세포를 재생·회복시키는 데 아미노산이 활용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근육은 크고 강해진다.
 
이런 보충제는 적정하게 먹으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과잉 섭취하면 영양 불균형을 야기해 몸을 망친다. 이주형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는 “식품을 통해 단백질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굳이 보충제가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김지훈(28·인천)씨는 아침·저녁으로 단백질 보충제를 약 75g 먹었다가 2주일간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닭가슴살과 계란으로 충분히 단백질을 먹는데 단백질 보충제를 추가한 게 문제였다. 이병훈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단백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위액·위산 분비가 늘어 속쓰림 같은 소화불량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단백질을 과하게 먹으면 신장도 나빠진다. 적당량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근육 형성을 도와주지만 넘치면 몸 밖으로 빼내야 한다. 신장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운동을 하지 않고 단백질만 먹거나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신장이 하는 일이 급격히 많아진다. 이주형 교수는 “원래 신장이 나쁘거나 이런 과정이 자주 반복되면 결석·통풍·급성신부전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스터에 들어 있는 카페인·크레아틴도 문제다. 과하게 먹으면 몸에 해롭다. 카페인 내성이 생기거나 크레아틴이 수분을 빼앗아 탈수·고혈압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신장에 무리가 간다.
 
이상엽(36·서울 용산구)씨는 지난해 넉 달간 하루 2시간 근육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크레아틴 등 20여 가지 보충제를 먹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혈중 크레아틴 농도가 정상 범위의 10% 초과한 것으로 나왔다. 의사는 “원래 신장이 좋지 않은 편인데 보충제가 신장에 부담을 줬다. 지금처럼 보충제를 먹으면 신부전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바로 보충제 섭취를 중단했다.
 
시중에는 불량 근육 보충제도 나돈다.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이 포함돼 있거나 함유량을 허위로 표시한 것들이다.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업체는 단백질 1회 제공량이 3.6g에 불과한 제품을 44g이라 속여 판매하다 경찰에 붙잡였다. 단백질 대신 탄수화물(옥수수 전분 등)을 채웠다. 먹을수록 살이 찌는 부작용이 생겼다.
 
근육 보충제 수입품은 영양 성분·섭취방법·주의사항 등이 복잡하게 표기돼 있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주형 교수는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입하는 제품은 성분이 불분명하거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지난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 가능한 근육 보충제 338개를 조사했더니 13개 제품에서 요힘빈·이카린이 검출됐다. 어지럼증·구토·환각·혈압 상승 같은 부작용이 있어 식품에는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부 제품에는 다이어트 효과를 위해 약물 중독을 일으키는 시부트라민·암페타민·에페드린 성분도 들어 있다.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양윤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드물지만 근육을 키우기 위해 스테로이드가 든 보충제를 먹다가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남성도 있다. 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 분비량을 줄여 고환 위축·성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보충제를 몸을 만드는 보조 수단으로 인식해야지 맹신하거나 의존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단백질·비타민·아미노산·글루타민 같은 보충제의 주요 성분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호욱 스포츠영양사도 고기·야채를 충분히 먹는 날에는 BCAA를 먹지 않는다. 음식으로 영양 균형을 맞추면 부작용은 줄고 운동 효과는 커진다. 이병훈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항산화 효과가 있는 야채를 충분히 먹는 것도 근육을 유지하고 근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꼭 보충제를 먹어야 한다면 제품에 기재된 1회 섭취량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근력 운동을 하더라도 단백질은 체중당 2g 이하(80㎏인 경우 160g 이하)로 먹어야 한다. 이주형 교수는 “해외 제품을 직접 구매할 때는 성분을 하나하나 따지고, 모르는 성분이 있을 땐 피하며, 가급적 유명 제조사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했다.
 
탄수화물·지방 같이 먹어야 근육 속 단백질 손실 안 돼
단백질뿐 아니라 탄수화물·지방도 근육을 키울 때 꼭 필요한 영양소다. 보통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의 60%는 탄수화물로, 20%는 지방으로, 20%는 단백질로 섭취하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근육을 단련하는 남성 대부분은 단백질을 늘리고 탄수화물·지방 섭취는 줄인다. 그런데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몸은 부족한 에너지를 단백질에서 가져다 쓴다. 근육에 있던 단백질까지 사용해 근육피로·근육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방은 근육 생성을 자극하는 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등)을 합성한다. 국민대 이주형 교수는 “근력 운동을 할 때 단백질 섭취 비율을 30%까지만 늘리고 다른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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