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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감옥 넘나든 파나마 노리에가 숨져

중앙일보 2017.05.31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1989년 권좌에서 축출되기 전의 노리에가. [중앙포토]

1989년 권좌에서 축출되기 전의 노리에가.[중앙포토]

파나마 ‘비운의 독재자’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가 사망했다 . 83세.
 

6년간 철권 통치 뒤 1989년 축출
마약밀매·돈세탁 … 60년 징역형

1980년대 파나마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노리에가는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서 회복하던 중 지난 29일 숨을 거뒀다. 노리에가는 83년 군대를 장악하면서 사실상 집권한 이후 6년간 권력을 휘두르다 89년 미국의 침공으로 축출됐다. 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의 가장 큰 군사 행동이었다. 한때는 미국의 동맹이었지만, 노리에가의 마약 밀매와 이중 정보 거래 등이 문제였다.
 
그는 미국에 쿠바에 대한 비밀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쿠바의 비밀요원들이 쓸 수 있도록 수천 장의 파나마 여권을 개당 5000달러를 받고 쿠바에 팔아넘겼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가 이런 식으로 불법적으로 축적한 자산이 7억7000달러(약 7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86년 미국 의회가 마약밀매를 이유로 파나마에 대한 군사 및 경제원조를 중단하면서 양국 갈등이 시작됐고, 노리에가는 대규모 반미시위를 조직했다. 89년엔 미국에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미국은 군사작전으로 노리에가를 체포했다. “미국인의 삶을 보호하고 민주주의의 과정을 복원하며, 파나마 운하 조약을 보존하기 위해 노리에가를 체포했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듬해 미국 교도소에 수감된 모습. [중앙포토]

이듬해 미국 교도소에 수감된 모습. [중앙포토]

노리에가는 마이애미로 이송된 뒤 마약 거래, 돈세탁 등의 혐의로 20년간 복역했다. 이후 프랑스로 인도돼 마약 조직의 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고 2년여 복역한 뒤 2011년 12월 본국으로 추방됐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린 건 감옥이었다. 파나마 법원의 궐석재판에서 살인·횡령·부패 등의 혐의로 사실상 종신형에 해당하는 6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엘 레나세르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올 1월에야 뇌종양을 이유로 석방됐다.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노리에가의 죽음으로 우리 역사의 한 장이 닫혔다”고 남겼다.
 
노리에가는 1934년 파나마시티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공인회계사, 어머니는 요리사 혹은 세탁부로 알려져있다. 파나마 최고의 공립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정신과 의사 혹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의대 진학이 좌절되고 사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면서 군인의 길을 걸었고, 독재와 범죄를 거쳐 오욕의 삶을 마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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