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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 바람에 갈등 커지는 쿠팡 vs 쿠팡맨

중앙일보 2017.05.31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쿠팡과 일부 쿠팡맨의 갈등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쿠팡사태대책위원회 대표 강병준씨가 30일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에 ‘쿠팡의 비정규직 대량해직 사태 해결 타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쿠팡과 일부 쿠팡맨의 갈등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쿠팡사태대책위원회 대표 강병준씨가 30일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에 ‘쿠팡의 비정규직 대량해직 사태 해결 타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정규직 전환’ 이슈가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을 뒤흔들고 있다. 쿠팡맨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서다. 쿠팡 측과 쿠팡맨의 작은 갈등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를 강조하고 나서자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향후 유사한 문제가 다른 기업으로 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석달간 배송기사 216명 회사 떠나
직원들 “정규직 전환 약속 깨” 주장
새 정부 들어서자 ‘해직 해결 탄원서’
회사측은 “약속 위반 주장은 허위”

‘쿠팡사태대책위원회(대책위)’ 대표 강병준(31) 씨는 30일 광화문에 설치된 국민인수위원회에 ‘쿠팡의 비정규직 대량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강 씨는 “올해 2월부터 석 달 동안 쿠팡맨 216명이 회사를 나갔는데, 평균 10.4개월 근무했다”며 “2년 전 김범석 대표가 밝힌 1만5000명 고용과 정규적 전환 약속과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2년간은 근무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쿠팡은 2015년 업계 최초로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며 혁신에 나섰다. ‘성과에 따른 정규직 전환’ 형태였다. 친절과 직접배송을 무기로 한 쿠팡에 실험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노력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실제로 연봉도 4000만원 이상으로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월등하다.
 
하지만 지난 4월 쿠팡맨들이 회사 측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쿠팡이 일방적으로 기본급에 더해 나오는 안전보상비(SR) 40만원 지급 기준을 강화했고 정규직 전환을 어렵게 평가 방식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일부 지역 쿠팡맨들은 배송 거부 등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고, 회사 측에서는 부랴부랴 본사 직원들이 현장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쿠팡 측이 다시 SR 기준을 완화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대책위 측은 쿠팡이 여전히 정규직 전환 움직임에 소극적이며 부당해고도 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 강 대표는 “현재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는 2237명 중 76명이 탄원서에 서명했다”며 “이 중에는 회사 측에서 노사협의체로 인정한 쿠톡 회의 참석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 강씨는 “회사 내부자를 통해 받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쿠팡맨은 2237명이 근무 중”이며 “이 중 비정규직은 1409명으로 63%”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쿠팡이 2년 연속 5000억원대의 적자가 이어지자 쿠팡맨 감축에 나선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창원1캠프에서 배송 실적이 1등이었던 동료가 사전 통보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부당한 계약 해지 사례를 들었다. 대책위는 “지난 가을 이후 입사한 쿠팡맨은 근태와 상관없이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나가게 됐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도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쿠팡 측은 허위라고 잘라 말한다. ‘진실게임’ 양상이다. 쿠팡의 허준 홍보팀장은 “쿠팡맨은 현재 36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쿠팡의 정규직 전환 시스템은 여타 회사와 다르다”며 “1년 이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쿠팡맨도 많다”고 말했다. 쿠팡맨의 재계약은 6개월 단위로 이뤄지며, 첫 번째 재계약 이후 정규직 전환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규직 전환 절차’에 대한 쿠팡과 쿠팡맨의 시각 차다. 익명을 원한 쿠팡 관계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없는데, 정규직 전환이 이슈가 되니 갑자기 ‘원래 정규직 고용을 무조건 약속한 것 아니냐’며 일부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임금과 처우가 정규직과 동일해 차별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갈등의 불씨가 쿠팡 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런 갈등은 봇물 터지듯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하지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컨센서스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강하게 밀어부치는 것보다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적자가 누적돼 사정이 어렵겠지만 대기업은 정규직 전환의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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