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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 벌써부터 밥그릇 싸움

중앙일보 2017.05.31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장주영산업부 기자

장주영산업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승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정책까지 총괄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한다”며 중기부 신설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중기부가 이번 정권의 핵심 부처로 부상하리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업무 영역 등 놓고 부처간 신경전
“잘 해낼수 있겠나” 회의적 시각도
중기·소상공인들 벌써 딴 목소리
컨트롤타워 걸맞은 협력·조정 필요

중기청과 국정기획자문위에 따르면 중기청의 부 승격은 확실하지만, 디테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타 부처의 사업이 이관되지만, 어느 정도나 넘어올지, 인적 구성은 어떻게 가져갈지 등은 아직 확실치 않다.  
 
이러다 보니 벌써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우선 부처간 신경전이 벌써 시작됐다. 승격을 앞둔 중기청은 기대에 부푼 상태지만 산업부 등 다른 경제 부처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산업부나 미래부에선 중소기업청이 방대한 업무를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청 탄생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중소기업청은 본래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과로 시작해 외청으로 몸집을 키웠다.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지원·보호 정책을 담당하지만 산업부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기술지원)·코트라(무역 투자 지원)·기술신용보증기금(기술금융) 등 중소기업 지원의 핵심기관이 모두 산업부 산하에 있다. ‘청’ 단위 조직이 어느 순간 ‘부’로 업그레이드되는 데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는 것이다.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산을 넘어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각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최근 “산업부에서 산업 정책에 관한 업무는 중소벤처기업부로 다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간 중소기업정책안에 소상공인 정책이 지나치게 예속돼왔다”면서 “새로 설립되는 부처는 중소기업관련 부서와 소상공인 부서가 대등한 관계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동상이몽을 넘어 동상다몽 격으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진통에도 불구하고 중기부 신설에 힘이 실리는 것은 중소기업 관련 업부가 각 부처는 물론 지자체에 흩어져 있어 중기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16조6000억원이 편성된 중소기업 지원 사업 예산은 18개의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나뉘어 있다. 당연히 유사한 사업이나 중복 사업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기부가 공룡부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중소기업에도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부처의 힘이 쏠리면서 규제가 강화되는 역설이 생겨날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원장은 “중기부가 무조건 커지고 힘이 세지는 것을 국민들도 바라지 않는다”면서 “창업과 일자리, 소상공인 정책, 4차 산업혁명 같은 핵심 기능을 담당하되 모든 사업을 직접 집행하기 보다는 타 부처와 공조하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신설도 중요하지만 신설 이후 운영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장기(2013년 3월~16년 1월)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을 부로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타부처와의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앙대 이정희 경제학과 교수는 “부처간 이견, 이해당사자간 충돌을 조정하는 거버넌스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중기부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몸집을 얼마나 키우느냐, 얼마나 많은 예산을 가져오느냐를 놓고 이전투구한다면 중기부의 성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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