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처럼 병 걸린 뒤 후회 말고 오늘 당장 담배 끊으세요

중앙일보 2017.05.31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제가 담배를 너무 오래 많이 태워서 병을 얻었는데 너무 힘들어요.”
 

40년 흡연 만성폐질환 허태원씨
피해자 증언형 금연광고에 출연

30일 허태원(65)씨가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말을 마친 후에는 종종 가벼운 기침을 했다. 질문에 답하던 도중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호흡이 가쁠 때 쓰는 ‘기관지 확장제’였다. 그는 “두어 번 뿌리면 숨쉬기 편해져요. 더 심해지면 가방에 휴대용 산소가 있는데 그걸 사용하죠”라고 말했다.
 
허씨는 40년간 담배를 피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질병에 걸렸다. 3년 전 폐 기능이 저하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을 받은 그는 평지를 걸을 때도 힘들다고 했다. 계단은 한 층 올라가기도 버겁다. 운동이나 일은 꿈도 못 꾸고, 가족과 홀로 떨어져 고향인 충북 괴산으로 내려가 요양중이다.
 
이런 허씨의 얼굴과 목소리가 31일부터 TV·라디오로 전국에 방송된다. 흡연 피해자가 직접 출연해서 담배의 폐해를 알리는 ‘증언형’ 금연광고(사진)를 통해서다. TV 광고 속 그는 연신 기침을 해대며 “끊을 수 있을 때 오늘 당장 끊으세요”라고 호소한다. 라디오 광고에선 “저처럼 병에 걸리고 나서야 끊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허씨는 “다른 분들이 이런 고통을 덜 수 있도록 광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증언형 금연광고는 이번이 세 번째다. 고인이 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2002년 출연한 게 처음이고, 지난해 구강암 판정을 받은 임모(55)씨가 있었다. 15년 전 광고를 봤다는 그는 “그냥 광고려니 하고 지나쳤지 건강에 대해선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알았다면) 이 정도는 안 됐겠죠”라고 말했다.
 
허씨도 담배를 끊으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 첫 딸 출산, 신년 다짐 등을 계기로 짧은 금연에 성공했지만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하루에 1갑 이상 피우다보니 기침과 가래가 끊이지 않았지만 COPD라는 질환이 있는지도 몰랐다. 2014년 COPD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제서야 담배와 작별했다. “일찌감치 담배 못 끊은게 가장 후회돼요.”
 
그가 사람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뭘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병원에 가면 늦어요. 담배들 끊으십시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