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터리·화학에 10조, SK이노베이션 통큰 투자

중앙일보 2017.05.31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알래스카에서 버텼으니 이제 아프리카 초원으로 간다.”
 

김준 사장,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
에너지 사업 패러다임 변화 대비

김준(사진) SK이노베이션 사장이 30일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에게 아프리카 초원은 배터리·화학 분야다. 이 회사는 올해 3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의 ‘알래스카론’은 2014년 전임 대표이사였던 정철길 고문이 제시한 화두다. 석유·화학 업계의 부진으로 SK이노베이션도 살아남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잠깐의 호황이 찾아오자 정 고문은 안심할 때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알래스카에는 여름이 와도 그 뒤의 겨울이 매우 길다”고 경고했다.
 
이후 지난 2년 동안 경영 환경이 대폭 개선돼 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3조2000억원을 거뒀다. 지난 1분기에도 1조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4년 말 8조원에 달하던 차입금은 1조원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을 즐기기엔 걱정이 많다. 에너지 관련 사업의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어서다. 우선 미국 셰일가스 산업이 커지고 있고, 미국과 산유국의 헤게모니 싸움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유가는 상승세를 타기 어렵다. 또 4차산업 혁명으로 각종 기술 혁신이 에너지 화학 분야에도 접목되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배터리 부문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GWh였다. 하지만 2020년엔 110GWh, 2025년에는 350∼1000GWh로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김 사장은 “그동안 우리는 배터리 부문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연습 게임이었다면 이제 본 게임이 시작하는 만큼 제대로 배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수주 상황을 반영해 생산량을 지난해 말 1.1GWh에서 2020년에는 10GWh로 늘리고, 2025년에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화학 사업의 중심은 국내에서 중국으로 옮긴다. 고부가 가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중국과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고부가 제품인 화학 포장재(Packaging)와 자동차용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꿀 방침이다.
 
고유 사업 분야인 석유와 윤활유, 석유개발 사업에선 파트너 기업을 찾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예를 들어 지난 55년간 쌓아온 우리의 공장 최적화와 운영 능력도 무형의 자산인만큼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할 수도 있다”며 “관성적 사업과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