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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맨투맨'에서 전직 고스트 요원 역할로 박해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태인호. [사진 JTBC]

드라마 '맨투맨'에서 전직 고스트 요원 역할로 박해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태인호. [사진 JTBC]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은 여러모로 반전이 있는 드라마다. 국정원 비밀요원인 고스트가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 특성상 스토리에도 반전이 있지만 가장 큰 반전은 등장인물들에 있다. 박성웅이 중2병마냥 철없는 한류스타 여운광 역을 맡고, 박해진이 여운광의 경호원으로 위장 잠입한 고스트 김설우 역으로 분한다니 처음부터 “역할이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를 숱하게 들을 만하다. 여운광의 매니저이자 김설우의 연인 차도아 역을 맡은 김민정 역시 특유의 똑 부러진 모습과는 다르게 다소 허술하고 어리숙한 역할로 나온다. 그동안 앞모습만 봐왔던 배우들의 옆모습을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기존에 선보여온 정형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박해진 경쟁상대에서 조력자 변신
이중 스파이로 반전 거듭하는 인물
'미생' 성대리 이후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도맡다 액션으로 반전 매력

그중에서도 가장 반전이 있는 인물은 바로 박해진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서기철 역할을 맡은 태인호(본명 박상연ㆍ37)다. 극중 서기철은 특전사 출신으로 국정원에 차출돼 전직 고스트 요원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그려져 있다. 돈 때문에 국가를 배신하고 나와 서울시장 유력 후보인 백사단의 심복으로 활동한 것도 모자라 재벌 3세 모승재의 정보원으로 이중 스파이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결국은 위장 죽음을 가장한 뒤 설우의 동반자로 서게 되니 그야말로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역할로만 보자면 어디 가서 칼 맞아 죽기 딱 좋은 캐릭터지만 배우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여주기 힘든 고난도 액션신을 마음껏 선보일 기회요, 합을 맞추는 배우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흔치 않은 역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기도 양주 세트장에서 박해진과 합을 맞추며 5박 6일에 걸쳐 진행된 액션신으로 화제가 됐고, 권력자들의 수족으로 온갖 더러운 짓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을 향한 절절한 사연이 드러나면서 공감을 샀다.  
송혜교를 짝사랑하는 병원 이사장 역할로 나온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진 KBS]

송혜교를 짝사랑하는 병원 이사장 역할로 나온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진 KBS]

이는 ‘태양의 후예’에서 해성병원 이사장 역할을 맡은 태인호가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태인호는 지난달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태후' 후일담을 공개하면서, 강모연 역할을 맡은 송혜교를 호텔로 데려가 “강교수가 먼저 씻을래요? 아님 내가 먼저?”라는 대사 때문에 잠시 출연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차츰 변화할 것”이란 제작진의 말에 출연을 결정했지만 결국 지나치게 자신감 넘쳐 얄미운 캐릭터로 남아버린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미생’의 성대리처럼 상황에 따라 넉살 좋은 회사원에서 후배들을 괴롭히는 소시오패스처럼 반전의 여지가 남아있는 캐릭터를 원한 게 아니었을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는 건 그만큼 해석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자신을 일컬어 ‘느리다’고 표현한 그의 말처럼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것 역시 느리지만 ‘제대로’ 찍는 것에 집중해 왔다. 영화 ‘영도’(2015)로 타이틀롤을 맡게 됐을 때도 그는 손승웅 감독에게 “나보다 더 좋은 배우가 있을지도 모르니 서울에 가서 다른 배우들을 한 번 만나보라”고 먼저 제안할 정도로 신중함을 보였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출신으로 절친한 사이지만 중요한 시나리오를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그 결과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분한 '영도'는 지난해 ‘하류인생’(2004)으로 데뷔한지 12년 만에 부일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안겨주었다. 
'택시'에 함께 출연한 '미생'의 대리 군단. 왼쪽부터 성대리(태인호), 강대리(오민석), 하대리(전석호). [사진 tvN]

'택시'에 함께 출연한 '미생'의 대리 군단. 왼쪽부터 성대리(태인호), 강대리(오민석), 하대리(전석호). [사진 tvN]

어쩌면 반전은 그에게 새로운 키워드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어머니가 “좋다니까 한 번 써보라”며 건네준 예명으로 바꾼 뒤 ‘미생’이 다가왔고, 강대리 역할을 위해 진행한 미팅에서 “선한 얼굴로 나쁜 역할을 하면 어떨까”란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 브라운관에서 초석을 다지는 결과를 낳았으니 말이다. 고백건데 ‘굿와이프’나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수트 차림으로 나온 변호사나 의사보다 검은색으로 깔맞춤한 고스트 요원이 훨씬 더 빛나보였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 틀에 가두지 않는 도전을 계속해 주길 바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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