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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신병 강제 입원 줄이되 치료 인프라는 확 늘려야

중앙일보 2017.05.29 21:01 종합 34면 지면보기
오늘부터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 환자의 강제 입원이 까다로워진다. 인권침해를 줄이기 위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옷만 선진국처럼 입었을 뿐 몸뚱이(관리 인프라)는 여전히 후진국이어서 즉각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는 평가할 만한 것들이 많다. 종전에는 가족과 전문의 의견만으로 강제 입원시켰다. 입원 환자의 67%가 강제 입원이다. 영국·독일의 4~5배다. 그동안 치료보다 격리를 우선해 온 결과다. 지금부터는 다른 병원 전문의가 추가 진단하고 한 달 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서 또 확인한다. 기존 입원 환자 심사도 강화된다. 또 경증 우울증 같은 병은 정신병에서 빠지기 때문에 편견을 줄이고 취업 기회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의 강제 입원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개선 권고를 받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해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뜻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혼란이 따른다. 강제 입원이 줄면서 1만9000명의 입원 환자가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탈(脫) 병원' 정책이 안착하려면 환자 관리가 촘촘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사고가 발생해 조현병 편견을 심화시키거나 재입원이 늘게 된다.
 
탈 병원 환자 관리를 담당하는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사회복귀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다. 센터 직원 1명이 적정 인원의 두 배를 맡고 있다. 약 복용, 증세 변화를 빈틈 없이 체크하고 재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게 중요하다. 주간재활·단기보호·주거 등의 사회복귀 시설을 이용하면 증세가 몰라보게 좋아지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정신보건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 올해 복지부 예산의 0.2%(1224억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1개 과에서 담당한다. 암 같은 눈에 보이는 병에만 연 5조원의 건보 재정을 집중한다. 이번 기회에 예산을 대폭 늘리고 복지부 정신보건과를 정신보건국으로 키워 개정 법률을 뒷받침해야 한다. 470만 명이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을 앓을 정도로 현대인의 정신건강이 피폐해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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