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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미국 영국 의지할 시대 아니다. 유럽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중앙일보 2017.05.29 18:08
“지난 며칠 동안의 경험을 볼 때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토, G7 정상회의 후 입장 밝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동반자로 꼽아
독일+프랑스 유럽 주도권 선언에 전후 대서양 동맹구도 균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정당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직후다.
 
그는 2500명의 청중 앞에서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자신의 손으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영국과 우호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러시아 같은 나라와도 더 좋은 이웃으로 지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맹주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미·영이 주도해온 서방의 동맹 구도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및 G7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G7 정상들이 합의하지 못한 것을 예로 들었다. 실제 그는 G7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남아있을지 잘 모르겠다. 6명이 1명을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더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니라는 것은 보여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에서 ‘홈런을 쳤다'는 그의 주장과는 달리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과 불협화음을 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는 범 대서양 국가들의 결속을 약화하고 유럽을 예전보다 더 (외부 압력에) 노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은 힘 닿는 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도울 것"이라며 앞으로 유럽을 함께 이끌어나갈 파트너로 프랑스의 새 대통령을 꼽았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의 악수와 관련해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을 하면서 두 정상은 손을 강하게 맞잡고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가 손을 놓으려하자 마크롱이 다시 한 번 움켜쥐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악수는 순수한 행동은 아니었고 진실의 순간이었다"며 "상징적인 것이었지만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들은 권력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공개적인 모욕을 주는 외교는 옳지 않다. 하지만 양자대화에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게 바로 존중받는 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등에서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강력하게 강조한 것은 모두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토 대사 출신의 이보 달더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은 “미국이 이끌고 유럽이 뒤따르는 시대는 끝났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새로운 현실을 시사한다"며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강력한 동맹국을 확보하고 공통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것인데, 유럽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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