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 전 대통령 재판 첫 증인,"삼성 합병 승인은 청와대 뜻이라 들었다"

중앙일보 2017.05.29 17:55
 
법정에서 다시 만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서로를 외면했다. 1m 남짓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았지만 지난 23일 첫 재판 때처럼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법정에서 거침 없는 발언 쏟아내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3차 재판이 열렸다. 25일 2차 재판은 박 전 대통령만 나와 서류 증거조사를 진행해 두 사람의 재회는 6일 만이었다.

홀로 재판정에 섰던 2차 재판 때와 달리 박 전 대통령은 굳은 모습이었다. 당시엔 재판장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거나 재판 중에 턱을 괴는 등 다소 긴장이 풀린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최씨를 의식한 듯 표정 변화나 미동도 없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뒤에도 고개를 들지 않고 재판 관련 서류에만 시선을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재판에선 첫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과 최씨를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함께 검사석에 앉아 ‘연합 공세’를 펼쳤다. 첫 증인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두 차례 부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한 주진형(58)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였다.
주 전 대표는 이날 “국민연금공단이 SK 합병 때처럼 삼성 합병에 대해서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찬성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당시 주식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있던 박모 교수에게 물어보니 ‘청와대 뜻이라더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교수가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 그렇게 말해 굉장히 놀랐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특검팀은 국민연금공단이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전문위 대신 투자위에서 합병을 결정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외부위원들이 결정할 경우 삼성 합병에 반대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주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합병을 돕는 것은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신 나간 주장”이라며 거칠게 비판한 사실도 공개됐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되는 것은 국가적·경제적 큰 손해다. 20여 개 우리나라 증권사 중 한두 군데를 빼고 다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저 역시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삼성 합병 개입을 부인했다.

주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생각에 의해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개입을 했다는 듯한 표현은 문제가 많다. 투자자국가소송(ISD) 등 국제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 조서(재판 내용을 기록한 조서)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상철 변호사는 “뇌물 혐의는 특히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인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공모 관계에 대한 신문이 안 된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 기록을 열람한다는 것은 예단이나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일부 받아들여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재판의 기록을 조사하고 8일부터 이 부회장 재판의 조서를 열람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박 전 대통령 등 재판 생중계 검토=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 등 ‘국정 농단’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을 방송으로 중계할지 고심 중이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지난 23일 전국의 형사 재판장들에게 e메일로 ‘1심 주요 형사사건의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설문조사’ 파일을 보내 의견을 취합하고 추후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문 문항은 재판장으로서 재판 중계를 허용할 의향이 있는지, 허용한다면 재판의 어느 단계에서부터 허용할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에 탄핵심판 선고를 생중계했다. 대법원도 지난 2013년 3월부터 중요 사건의 공개변론은 중계를 허용하고 있다. 1·2심 재판에서 변론과정이 생중계된 사례는 지난 2014년 8월 1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재판을 유가족들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TV로 지켜본 것이 처음이었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