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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해야”…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새 정부에 제언

중앙일보 2017.05.29 15:16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은행연합회]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은행연합회]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임금의 유연성을 제고해 은행권도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하영구(64) 은행연합회장이 29일 성과연봉제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새 정부를 향한 금융산업 발전 제언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다.  

겸업주의 허용·네거티브 규제 방식 등 요청
고용 유연성 강조하며 단계적 성과연봉제 도입 주장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성과주의 도움 돼"
금산분리 일부 완화 의견 등 포함해 인수위에 전달

 
 그는 이 자리에서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3단계로 나눠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도입▶성과연봉제에 따른 합리적인 성과 배분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 회장은 “세 가지를 한꺼번에 도입하느냐 단계별로 가느냐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면서 “일방적인 형태의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사 간 협의를 통해 달성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최우선 정책 기조로 꼽고 있는 일자리 창출 문제도 성과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했다. 임금 유연성이 제고돼야 신규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고 여분의 일자리가 마련된다는 논리다. 하 회장은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은행권의 경직적 임금체계가 역피라미드 인적구조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효율적 인력구조 전환을 강조했다. 다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은행권 전체가 의견을 나눌 기회를 아직 가지지 못했다”면서 언급을 미뤘다.
 
 현재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은 진통을 겪고 있다. 새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방침을 정한 뒤 이미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던 금융공기업(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노조가 반발에 나섰다. 시중은행까지 확대 도입될 경우 갈등은 더 번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 경영자 입장을 대표하는 하 회장이 성과연봉제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한 은행권의 최우선 요구 사항은 규제 완화다.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라는 게 골자다. 포지티브 방식은 원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해 제한 범위가 넓다. 반면 네거티브 방식은 해서는 안되는 것만 규정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하 회장은 새로운 정부가 시작될 때마다 항상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규제개혁과 금융개혁이 반복되어 왔지만 여전히 과도한 규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권의 영토 확장에 대한 목소리도 컸다.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각 금융기관이 서로의 금융업무를 못 하게 제한한 현행 전업주의를 폐지하고, 겸업주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하 회장은 “전업주의 하에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규모·효율성·시너지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형금융사의 탄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월 금융투자협회 측과 의견 충돌을 빚었던 겸업주의 전환을 재차 강조하고 나온 것이다.
 
 금산분리는 조건부로 완화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 “금산분리 적용기준을 ‘업종’에서 ‘금융회사의 실제 업무내용, 규모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연합회는 이 날 밝힌 은행권 요청 사항을 14가지로 정리해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심새롬·정진우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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