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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아프면 가슴도…" 치료 빙자해 청소년 추행한 한의사 유죄

중앙일보 2017.05.29 13:03
치료를 빙자해 청소년들을 추행한 한의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호보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55)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강원도 강릉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13년 3월경 당시 17세였던 B양이 골반통과 생리통을 호소하며 내원하자 하의와 속옷을 모두 벗도록 한 뒤 맨손으로 수기치료를 하면서 B양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같은 해 9월까지 청소년 2명을 10여 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치료 과정에는 간호사가 입회하지 않았다. A씨의 범행은 B양이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와 상담하면서 드러났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기치료 과정에서 가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진 것은 인정되지만 추행의 의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기치료를 빙자하거나, 수기치료를 기화로 피해자들을 추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다만 수기치료는 환자의 인식 여하에 따라 추행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이상 유죄의 확신이 들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일부 행동을 유죄로 봤다. A씨가 B양에게 “등이 아프면 앞쪽도 아프다”며 가슴을 만진 것을 추행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증상과 가슴 부위 수기치료는 연관성이 없다”는 대한한의학회의 의견을 근거로 A씨의 행동에 추행할 의도가 명백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 외의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상고도 기각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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