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가족] 심장질환의 종착역 심부전 치료 효과 높인 신약 있지만 그림의 떡

중앙일보 2017.05.29 11: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5면 지면보기
대한심장학회 전은석 심부전연구회장
 

사망률·재입원율 20% 줄여
건보 적용 안 돼 사용 주저
북미·유럽 국가 신속 허가

5월 30일부터 심·뇌혈관 질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안이 시행된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심부전’은 유병률이 점차 증가해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의 공감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관리 대상 심·뇌혈관 질환에 심부전이 처음 포함됐다. 아쉬운 것은 심부전의 새로운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심부전 환자의 삶의 질을 배려하는 차원의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심부전은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다. 고령 환자의 유병률이 높고 재입원율과 사망률이 높아 5년 생존율이 암이나 심근경색보다 아주 낮다. 특히 심부전 환자의 잦은 응급실 방문과 연간 35%에 이르는 재입원율은 환자와 가족에게 상당한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안긴다. 심부전은 세계적인 고령화와 함께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심부전에 따른 사회적·재정적 부담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주요 심장질환에 비해 인지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치료 환경, 관리 체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체계적인 정책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때에 심장혈관질환법이 시행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심부전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임상적으로 계속 나빠진다. 말기 심부전으로 진행하면 기존의 약물 치료로는 효과가 거의 없다. 1년 사망률이 50% 이상에 이른다. 이 환자들은 결국 인공심장이나 심장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심장이식은 적절한 시기에 공여자를 찾기 힘들고, 인공심장은 치료 비용이 2억원에 이른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말기 또는 진행성 심부전의 악화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매우 중요하다. 기존 치료제 대부분은 출시된 지 15년이 넘었다. 심부전의 입원율과 사망률은 여전히 높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심부전 치료제 개발이 시도됐지만 대부분 유의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심혈관 사망 위험을 개선한 심부전 신약이 개발돼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신약은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심혈관계 사망률 20%,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을 21%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수한 효과를 인정받아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속 심사로 허가를 받은 뒤 1차 치료제로 진료 지침에서 권고하고 있다. 국내 심부전 진료 지침에서도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신약은 국내 심부전 사망자의 약 20%를 줄이고, 심부전 환자의 의료 비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입원비나 응급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심부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이 신약의 급여를 허가한 배경이다.
 
장기간의 임상 끝에 개발된 좋은 신약은 사망률 등 주요 예후를 개선하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고령층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자 국가적으로 보건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심부전을 사회의 숙제로 인식하고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