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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나라 막은 송범근, 호날두의 후예도 울린다

중앙일보 2017.05.29 01:00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범근

송범근

리오넬 메시(30·아르헨티나)의 후예들은 넘었다. 이번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포르투갈)의 동생들을 물리칠 차례다. 이제 패배는 곧 탈락, 긴장감 넘치는 한 판 승부를 앞두고 있지만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 선수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친다. 든든한 골키퍼 송범근(20·고려대)이 골문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전 벼르는 한국 수문장
‘승승듀오’와 함께 16강 진출 주역
공격수 경험 살린 ‘역지사지 선방’
연습 쉴 땐 음악 즐기는 ‘흥부자’
“곤살베스 골 막고 반드시 8강행”

한국은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1983 세계청소년선수권(FIFA U-20 월드컵의 전신) 4강 신화 재현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다.
 
송범근은 ‘승-승 듀오’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백승호(20·바르셀로나B)와 함께 한국이 16강에 오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수퍼 세이브(super save·유효슈팅을 막아낸 횟수)를 14차례나 기록해 마이클 우드(뉴질랜드·17회)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16강행을 확정한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2-1승)에선 7개의 선방을 기록했고, 기니전(3-0승)과 잉글랜드전(0-1패)에서 각각 3개와 4개를 추가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르며 상대에게 허용한 슈팅 52개 중 50개를 막아내고 2실점으로 마무리했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기간 총 53개의 슈팅(전체 3위)을 시도했을 정도로 공격적인 팀이다. 골키퍼 송범근의 활약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시절 우상인 차범근(왼쪽), 차두리(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송범근(가운데). 뒤쪽이 아버지 송태억씨. [사진 송태억씨]

초등학교 시절 우상인 차범근(왼쪽),차두리(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송범근(가운데). 뒤쪽이 아버지 송태억씨. [사진 송태억씨]

송범근은 그 어떤 골키퍼보다 공격수의 심정을 잘 파악한다. 어린 시절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덕분이다. ‘내가 만약 공격수라면 지금 어떻게 찰까’라는 짧은 물음이 ‘결정적 순간’에 큰 위력을 발휘한다. 송범근의 아버지 송태억(54)씨는 차범근 U-20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의 열혈팬이다. 아들이 ‘제2의 차붐’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들 이름을 ‘범근’이라 지었다. 그래서 송범근은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송붐’으로 불린다. 어린 시절엔 공격수만 고집했지만 키 1m93㎝인 송범근은 골키퍼가 딱 맞는 포지션이다. 신용산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그를 가르쳤던 김종석 감독은 “나중에 나를 업고 다니게 될 것” 이라며 송범근과 그의 아버지에게 “골키퍼로 전향하라”고 설득했다. 송범근은 ‘골키퍼는 재미 없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지만 그는 곧 한국 축구 ‘거미손’ 계보를 잇는 유망주로 변신했다. 송태억씨는 “아들이 1년 넘게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언제부턴가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낚아채는 쾌감을 느끼고는 다시 축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범근은 그라운드 밖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흥부자(흥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다. U-20 대표팀 동료들 사이에서 ‘DJ 송’으로 통한다. 선수단 버스와 라커룸에서 대형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용해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크게 튼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계열의 신나는 노래를 주로 고른다. 이번 대회 기간에는 유명 뮤지션 DJ 스네이크의 EDM 곡들이나 싸이의 신곡 ‘뉴 페이스’ 등을 자주 틀었다. 송범근은 “비트를 점점 끌어올리며 분위기를 사로잡는 EDM 음악은 내 별명 ‘붐(boom·폭발음)’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송태억씨는 “범근이는 돌잔치 때 돌잡이 행사에서 LP판을 잡았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흥이 남달랐다”면서 “그라운드에서는 멋진 선방으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모양”이라고 했다.
 
곤살베스

곤살베스

16강전 상대 포르투갈은 U-20 대표팀간 대결에선 우리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이다. 역대 전적은 38년간 3무4패로 절대 열세다. 지난 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평가전에선 1-1로 비겼다. 당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 중 16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 중이다. 요주의 인물은 이번 대회에서 두 골을 터뜨린 공격수 디오구 곤살베스(20)다.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의 간판 유망주로, 주로 왼쪽 측면을 누비며 공격을 이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움직임이 좋고 슈팅이 위협적이다. 호날두를 비롯해 수준급 윙 포워드를 다수 배출한 포르투갈의 차세대 스타”라고 평가했다.
 
송범근은 “포르투갈 선수들의 체격이 뛰어나지만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 1월 평가전 때도 우리가 이기다가 막판에 실점했다”면서 “우리도 물러설 곳이 없다. 무조건 이긴다”고 말했다. 송범근의 롤 모델은 독일대표팀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31·바이에른 뮌헨)다.
 
16강전부터는 경기가 동점으로 끝나면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린다. 송범근은 “고 2때 전국대회에서 연속으로 상대 슈팅 3개를 막아 이긴 적이 있다”면서 “포르투갈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간다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천안=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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