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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법인카드 공정하게 쓰기 운동 어떨까

중앙일보 2017.05.29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수인승리애드컴 부회장

김수인승리애드컴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반적인 특수활동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며 특수활동비로 지급됐던 대통령 가족의 식비를 자신의 월급에서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다.
 
필자는 그러나 이 발표를 들은 후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몇 년 전 모 기업체의 임원으로 재직할 때, 업무용으로 써야 할 법인 카드를 동창회나 친구들과의 모임 식대로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별 죄의식이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기업 임원인 친구나 선·후배들에게서 골프, 식사 등 접대를 많이 받아 왔기에 이들을 내 법인카드로 접대하는 걸 당연한 행위로 생각했다.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집은 지는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받은 법인 카드로 그간 지인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단순한 의식으로 한 달에 여러 번 개인적으로 사용했었다. (현재 재직하는 회사는 직원이 몇 명 안 돼 법인 카드를 자진 반납했다.)
 
하지만 이것도 기업 문화에서 반드시 추방해야 할 적폐(積弊)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솔선수범했으므로, 사기업이긴 하지만 각 기업체에서는 ‘법인카드 공정하게 쓰기 운동’을 자율적으로 벌여보면 어떨까.
 
‘직장인의 꽃’인 임원이라면 자신의 법인카드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경비를 사용하는 걸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임원들이 지인들과의 회식 때는 물론, 가족과의 외식 때도 법인 카드를 스스럼없이 꺼내 쓰는 게 일상화돼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리고 각 기업체의 오너가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지만, 전 사회적으로 공적인 돈이나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 조성이 바람직해 보인다.
 
대통령은 올해 줄어든 청와대 특수활동비 53억원을 “일자리 추경 재원과 연계하는 등 의미있는 활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각 기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절감하게 될 법인 카드 사용액을 일자리 창출 혹은 신기술 개발 및 연구(R&D)에 투자하는 방안을 강구해 수 있다.
 
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회장은 생전에 임원들끼리의 회식이나 골프 회동 때 회사 법인 카드를 사용하지 않도록 누누이 강조했었다. 지금도 기업체 회장들은 임원 세미나 등에서 엄중한 카드 사용을 환기시키고 있고, 감사 파트에서도 사적으로 쓰지 않았는지 영수증을 샅샅이 체크하고 있다.
 
하지만 열 사람이 도둑 한명을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잘못된 카드 사용처라도 얼마든지 핑계를 댈 수 있다. 새 정부의 신선한 메시지에 각 기업체와 임직원들이 화답하면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가 맑고 투명해지는데 일조를 하지 않을까.
 
김수인 승리애드컴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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