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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코드’ 집중하다 부실해진 인사검증…靑, 방향 선회하나

중앙일보 2017.05.28 15:57
청와대의 인사 발표에 제동이 걸렸다.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을 앞두고 부실 검증이 잇따라 발견되면서다.
 
당초 청와대 인사를 놓고 정치권에선 “깜놀 인사(깜짝 놀란 인사)”(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스토리가 있고, 인사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청와대가 속속 내놓았던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청와대’를 이끄는 51세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비법조인 출신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암 수술 뒤 강제 퇴역됐다가 돌아왔던 예비역 중령 출신의 최초 여성 보훈 기관장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전 정권에서 핍박받다가 돌아온 칼잡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최초의 여성 외교부 수장인 강경화 장관 후보자 등 그동안 내놓은 인사 카드만 봐도 면면이 화려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원칙에 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원칙에 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감동·파격 코드’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운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이른바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가 속출하면서다.
 
인사 검증 부실은 청와대도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위장전입 등 문제가 속출하는 데 대해 “여러가지 검증 절차 중 정식으로 완벽하게 된 검증도 있고 좀 덜한 상태에 있어 보고가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구하고, 국세청 등 각 기관에서 자료를 취합해 청와대가 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워낙 검증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있다는 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과까지 이어진 이낙연 국무총리ㆍ강경화 외교부 장관ㆍ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뿐 아니라 추가 의혹도 계속 잇따르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KT스카이라이프와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문제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과거 군 판사 시절 5ㆍ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군 처벌에 앞장섰다는 의혹이 야당에게서 나왔다.
 
그런 만큼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당초 청와대는 개혁 과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처의 경우 장관 또는 차관 중 한 명 이상은 외부 인사를 발탁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혁이 필요한 부처에는 내부 인사가 아닌 민간인 또는 외부 개혁 전문가를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기조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수나 명망가와 같은 개혁적인 인사를 외부에서 수혈해 장관이나 차관으로 발탁할 경우 인사검증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낙연ㆍ강경화ㆍ김상조 후보자가 모두 이러한 외부 인사에 속한다. 장ㆍ차관을 노리며 인사청문회에 대비해온 엘리트 관료에 비해 외부 인사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 돼 있을 수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인사 검증 잡음이 커지자 “조현옥 인사수석이 검증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나 나온다. 이에 따라 당장 고위급 인사뿐 아니라 청와대의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하는 행정관까지 모두 검증을 마치고 인력을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인사 검증 기준을 새로 만드는 것도 인선을 늦추는 요인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민이 납득할만한 고위공직자 검증 기준을 국회와 청와대가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야당이 응할 경우 새 기준을 만들기까지는 더 좋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새 기준을 만들 때까지 인사 발표를 늦출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청와대가 추가 입장 표명 등을 통해 야권의 협조를 이끌어내면 인선은 다시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야당이 문제삼는 건 위장전입 등 내용 그 자체보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지금의 야당인 구(舊) 여권을 공격하며 5대 원칙을 내세웠던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으로서도 너무 과도하게 (비판)해서 (대통령이) 하나도 쓸 사람 없는 식으로 만들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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