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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이 걸렸다" 기업 비정규직 대책 고심, 해법은 오리무중

중앙일보 2017.05.25 19:15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 걸렸다는데 눈치 안 볼 기업이 있겠나.”
25일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와 일자리를 핵심 정책으로 내 건 만큼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고 덧붙였다.  

주요기업 정부 움직임 예의 주시하며 긴장
조선 자동차 철강 하도급 비율 높은 산업 '민감'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경쟁 시작

   
본지가 주요 기업의 비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확충 계획을 파악한 결과, 기업들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의 총론과 방향은 선명한데 아직 각론이 나오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미 채용 규모를 정한 기업들은 추가 고용에 대해서 난색을 보이면서도 “경제를 위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방침이 정해지면 최대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해 비정규직 상한선을 정해 그 선을 넘기면 페널티를 주겠다는 식의 정책은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정규직 전환, 일자리 창출에는 유통업계가 유리하다. 판매직원의 정규직화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CJ·신세계 등이 발 빠르게 각종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백화점이나 마트 한 곳이 개장하면 운영 인력 수백 명이 필요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여지도 많다. 
  
제조업체의 경우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LG그룹은 “정부의 일자리 강조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몰라 예의주시하고만 있다”며 말을 아꼈다. LG는 우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LG 유플러스는 애프터서비스(AS)나 개통과 같은 부문의 협력사 소속 직원의 정규직화를 진행하고 있다. LG 전자 서비스 기사들은 자회사나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협력사 소속 정규직이지만 이들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비정규직 전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그룹 전체의 방향을 당장 내놓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그룹사 채용 규모를 발표하긴 했지만 인사팀 등 관련 부서에서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정부 방침에 따라 인력 운용 철학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현재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가 가장 걱정하는 점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판단할지다. 기업은 무기계약직이나 파견· 도급 ·하청 업체에 고용된 직원을 모두 정규직이라고 본다. 반면 노동계는 이들을 사실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비정규직이라고 판단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정부 정책이 무기계약직과 하도급을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정해질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업종은 자동차·조선·철강 등의 업종이다. 이들은 다수의 협력사와 외주사가 체인 형태로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제품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하도급 인력이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에선 하청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한꺼번에 전환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걱정했다. 다만 2012년부터 진행해 온 하청업체 직원 6000명 정규직 전화 일정이 올해 마무리된다. 
 
철강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포스코 본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1.8%이지만 외주사와 협력업체 등 하도급 비율은 51.7%로 절반이 넘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송, 단순작업, 정비는 모두 외주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무조건 줄이라고 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의 범위가 방대해진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선박을 만들 때 대형 블록을 각각 만들어 조립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각 블록의 제작사가 다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제작이 시작되면 한 작업장에서 기업 50여 개가 한꺼번에 작업을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선박 정비 등 전문 분야에서 외주사 계약이 관례화 돼 있어 이를 본사 정규직으로 돌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압박이 가장 심한 공공부문에서도 관련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25일 ”국방사업 참여 업체들에 대한 적격심사에서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민간분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한은도 경비·비서 등 일부 직위에 간접고용 형태로 비정규직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중장기적 인력수급 계획, 예산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정규직 감축 방안을 긍정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ㆍ마사회ㆍ한국전력ㆍ예금보험공사 등의 공기업도 비정규직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전영선ㆍ장원석ㆍ윤정민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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