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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시에 이견 제기는 의무"…이색 지시 쏟아낸 문 대통령

중앙일보 2017.05.25 18:11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건 의무다.”
“잘 모르면서 황당하게 하는 이야기를 하라.”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것도 함께 공개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참모들에게 쏟아낸 말들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과 보좌관들이 모인) 여기서 격의 없이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하게 된다"며 "잘못된 방향에 대해서 한 번은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여긴데, (여기서) 다들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지시가 나가버린다"고 지시의 배경도 설명했다. 제대로 된 토론, 제대로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하자는 게 문 대통령의 취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김성룡 기자

 
 
청와대는 앞으로 문 대통령과 참모진의 회의를 ‘3무(無) 회의’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받아쓰기 없고, 결론을 미리 내려 놓기가 없고, (수석이나 보좌관이 아니더라도 회의 참석자는) 계급장 없이 그냥 막 (토론)하는 것”이라며 “주제만 있기 때문에 결론이 어디로 갈지 전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3무 회의’는 '박근혜 청와대'와의 차별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포함해 참석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적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선 ‘적는 사람이 산다’는 의미로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왕(王) 실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거의 유일하게 받아적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받아쓰기, 이제 필요 없다. (회의 관련) 자료들은 정리해서 배포할테니 여기서 그냥 열심히 적어갈 필요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논의에만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로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이후) 10년 만의 수석ㆍ보좌관 회의”라며 “여러모로 아주 감회가 깊다”는 소회도 밝혔다. 
그러면서 “수석ㆍ보좌관 회의가 우리 청와대에 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청와대가, 대한민국 국정을 놓고 볼 때, 머리라고 생각한다면 수석ㆍ보좌관회의는 중추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회의는 원칙적으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결정하는 자리”라며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라 국민의 참모라는 생각으로 임해 달라”고도 했다. 또한 “청와대에 굉장히 회의가 많다. 그래서 회의에 치여서 정말 허우적댄다”며 실무진을 배려해 월요일에 하는 회의는 일요일에 출근하지 않도록 오후에 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 시작 전에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 시작 전에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때 각각 안보라인과 정책라인에서만 논의를 하다가 뒤늦게 정무라인이 참여했던 청와대 내부 논의 과정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적이거나 안보에 관한 사안이더라도 정무적인 판단도 필요하다 싶은 사안들은 여기(수석ㆍ보좌관 회의)에 올려서 같이 공유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하절기를 맞아 넥타이 없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티타임을 할 때는 직접 찻잔을 들고 커피가 담긴 보온통에서 아메리카노를 따라 마셨다. 대통령 맞은편의 임종석 비서실장과 왼편의 장하성 정책실장, 오른편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일부를 제외하곤 이날 좌석도 대부분 자유석이었다고 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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