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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를 구할 여성 히어로, '원더 우먼'에 던지는 여섯 가지 질문②

중앙일보 2017.05.25 18:00
최강의 여성 히어로 ‘원더 우먼’
※ '원더 우먼'에 던지는 여섯 가지 질문①에서 이어집니다.
 
What|원더 우먼이 치러야 할 통과 의례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원더 우먼은 원작 만화에서부터 아레스, 키르케 같은 그리스 신화 속 악당들을 상대해왔다. 특히, 전쟁의 신 아레스는 제우스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인간과 신들의 세상을 모조리 파멸시키려는 빌런. ‘원더 우먼’은 아레스 캐릭터를 좀 더 현대적이면서 상징적으로 해석했다. 영화 속 배경인 1차 대전은 기관총·탱크·잠수함 등 현대적인 살상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던 시기. 인류 최초의 생화학무기가 등장한 것도 그때였다(당시 독일군은 벨기에 예페르 전투에서 영국·프랑스 연합군에게 처음 염소가스를 살포, 수많은 병사들을 학살했다).
'원더 우먼'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독일군 수장 에리히 루덴도르프(대니 휴스턴, 사진 왼쪽)와 닥터 포이즌(엘레나 아나야).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독일군 수장 에리히 루덴도르프(대니 휴스턴, 사진 왼쪽)와 닥터 포이즌(엘레나 아나야).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에는 인류 최초의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려는 실존 독일 장군 에리히 루덴도르프(대니 휴스턴, 사진 왼쪽), DC 만화의 빌런인 독약 전문가 닥터 포이즌(엘레나 아나야, 사진 오른쪽)이 악당으로 등장한다.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이는 정체불명의 귀족 패트릭 경(데이비드 튤리스)으로 전쟁의 신 아레스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아레스의 계획을 저지하고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하는 임무를 짊어진 원더 우먼의 활약이 기대된다.
 
Why|왜 지금, 원더 우먼인가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은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에 이은 DC 확장 유니버스의 네 번째 작품이다. 여성 히어로 영화라는 특성에 맞춰,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몬스터’(2004)를 연출한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비장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DC 확장 유니버스를 이끌었던 잭 스나이더 감독과 다르게 인간 내면의 심리를 탁월하게 이끌어내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이제껏 수퍼 히어로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원더 우먼'을 연출한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을 연출한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의 창시자 마스턴은 “언젠가 여성들이 가진 공감 능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리적 강인함에만 집착하는 남성적 개념의 수퍼 파워가 아닌, 사랑으로 분노와 적의를 잠재울 수 있는 ‘여성성’이란 수퍼 파워로서 말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이 유럽에 퍼져나가던 20세기 초, 인류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분연히 칼을 드는 그의 모습은 이제껏 우리가 수퍼 히어로 영화에서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깨우침과 고민들을 안길 것이다. 탄생 76주년을 맞는 지금까지 원더 우먼은 남성 영웅들이 결코 넘보지 못할, 사랑과 관용의 상징으로 팬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제 그 실체를 극장에서 만날 차례다.
 
How|원더 우먼은 어떻게 전설이 됐나
1942년 6월 발간된 DC 만화 『원더 우먼 #1』 표지. 사진=DC 코믹스

1942년 6월 발간된 DC 만화 『원더 우먼 #1』 표지. 사진=DC 코믹스

원더 우먼은 1941년 DC 연재 만화 『올 스타 코믹스 #8』에 처음 등장했다. 원더 우먼의 원작자 마스턴은 DC 코믹스의 편집자문의원으로 일하며, 아내 엘리자베스과 함께 ‘위대한 힘을 가졌지만, 사랑이 넘치는 히어로’를 창조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시기, 만화계에 데뷔한 원더 우먼은 나치 악당들을 무찌르며 기존의 여성 히어로들과 비할 수 없는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 슈퍼맨, 배트맨 같은 DC의 간판 남성 영웅들의 인기를 능가하진 못했다. 
린다 카터가 1975~79년 출연한 미국 드라마 '원더 우먼'의 한 장면.

린다 카터가 1975~79년 출연한 미국 드라마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원더 우먼이 ‘가장 대중화된 여성 히어로’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미스 월드 USA 출신 배우 린다 카터(아래 사진)가 출연한 75년 TV 드라마 ‘원더 우먼’의 공이 크다. 카터는 활기 넘치는 소녀와 육감적인 여성 전사의 매력을 동시에 드러내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종영한 지 30여 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일부 팬에게는 ‘영원한 원더 우먼’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하지만 카터의 원더 우먼은 여성 히어로의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기보다, 과다한 신체 노출과 아름다운 외모로 남성들의 판타지만을 충족시키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엔은 지난해 10월 ‘유엔 여성권익 명예대사’에 원더 우먼 캐릭터를 위촉했지만, “불가능한 몸매, 섹시한 복장 등으로 여성성을 왜곡한 장본인”이라는 반론이 퍼지자 두 달 만에 해촉했다. 최근 SNS에서는 영화 ‘원더 우먼’ 속 원더 우먼이 겨드랑이털을 하얗게 제모하고 등장한 것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 설전이 일기도 했다.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어쨌거나, 시간이 흐를수록 원더 우먼은 초대 여성 히어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예 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만화 속 가장 파워풀한 수퍼 히어로 50인’을 선정했다. 스파이더맨(2위)·배트맨(3위) 등 마블과 DC의 인기 영웅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건 바로 원더 우먼. 히어로의 수퍼 파워, 독창성, 수익성 등 총 아홉 가지 기준을 고려한 이 결과에서, 원더 우먼은 여성 히어로로서 전 세계에 끼친 ‘문화적 영향력’과 여성 권익 신장에 따른 ‘시대 적합성’ 분야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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