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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ㆍ李ㆍ朴 전 대통령 3인의 첫 수석회의 '일성'은?

중앙일보 2017.05.25 12:03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보름만인 25일 오전 처음으로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한 회의을 주재했다.  
 

노무현 "사정활동 속도 조절하라"
이명박 "의회의 안정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치는 국민을 위한 건데…"

장소는 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양복 재킷을 벗은 ‘노타이’ 차림이었다. 참석한 비서실장ㆍ정책실장ㆍ안보실장ㆍ경호실장 등 청와대 4실장과 수석비서관ㆍ보좌관ㆍ국가안보실 1ㆍ2차장 등 총 18명도 문 대통령과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이날 회의는 철저히 ‘토론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받아쓰기, 계급장, 결론이 없는 ‘3무(無) 열린 회의’를 지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청와대 참모진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대통령들이 첫 회의에서 밝힌 일성에는 취임 초기의 고민이 묻어있다.
 
“사정활동의 속도조절”
 
2003년 2월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집현실에서 정부 출범 후 첫 수석비서관ㆍ보좌관 회의를 주제했다.
 
회의실로 들어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반기문 외교보좌관과 정찬용 인사보좌관 등이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 그는 “집이 엄청 크더라구요. 다리에 살이 올랐어요”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2월 26일 청와대에서 취임후 첫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2월26일청와대에서 취임후 첫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사정과 조사활동이 소나기 오듯일제히 일어나는 경향이 있어 국민들이 일상적인 것이 아닌, 정권 초기 현상으로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사정활동의 속도조절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서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신구속이 국민 감정의 해소 차원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선안 된다”고 했다.
 
취임 초기부터 무리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거라는 우려에 대한 정지작업의 성격이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공식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일련의사건을 두고 새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획사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언론에 제기되고 있고, 기업들이 걱정한다고 하니 새 정부는 그런 의도를 갖고있지 않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라고 불릴만큰 열린 토론을 선호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잡혀 있던 외빈과의 접견 일정 때문에 10분만에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정치 안정을 위해선 의회 안정이 필요”
 
2008년 2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현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당시엔 국회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난항을 겪던 시점이다.
 
2008년 2월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08년 2월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이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의회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월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말에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된 당시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의 당위성이 내포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라면값을 예로 들며 물가안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는 무엇보다 경제살리기라는 국민적 기대에 맞춰서 일해야 한다”며 당시 대폭 인상된 라면값을 예로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라면값이 100원 올랐다. 평소 라면을 먹지 않는 계층은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라면을 많이 이용하는 서민들은 크다”며 “하루 10봉지 먹으면 1000원이고, 한달이면 몇만원이다.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실용주의’를 내세웠던 이 전 대통령은 ‘수석은 서열이 없다’는 지침에 따라 류우익 비서실장만 서로 마주보고 앉은 것을 제외하고는 ‘자유 좌석제’를 시행했다.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2013년 2월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에 대한 비판으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전대통령이 2013년 2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박 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김장수 안보실장이 참석 못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또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서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셔야 할 분이 첫 수석회의에도 참석을 못한다는 것이 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제가 융합을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지금 통과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도 물가안정을 당부했다.
 
 그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인상으로 인해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걱정”이라며 “서민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인상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편승 인상 등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 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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