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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쓰듯 허투루 쓰인 특수활동비…기밀 관계없는 외국인 동향조사, 교정교화에도 사용돼

중앙일보 2017.05.25 10:25
문재인 대통령이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면서 돈의 출처인 ‘특수활동비’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수활동비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일반적인 기관운영 경비 등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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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연맹, 2015년 특수활동비 현황 자료 분석
체류외국인 동향조사에 74억, 수용자 교화활동비에 12억 쓰여
기밀 유지 필요없는 항목은 업무추진비 등으로 사용가능
"정보기관 이외의 특수활동비 폐지돼야"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부의 예산편성안에 포함된 2015년 특수활동비 현황 자료를 입수해 조사한 결과를 25일 내놨다. 이에 따르면 2015년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현황 중 ▶체류 외국인 동향조사(73억7100만원) ▶수용자 교화활동비(11억8000만원) ▶소년원생 수용(1억3800만원) ▶공소유지(1800만원) 등이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사용됐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사용 후 영수증 처리 등 증빙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다. 그래서 ‘깜깜이 예산’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체류 외국인 동향조사와 같은 항목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가 아니어서 특수활동비로 쓰일 이유가 없다는 게 납세자연맹의 판단이다.
 
국회의 경우 ▶위원회 활동지원(15억5000만원) ▶입법활동지원(12억5200만원) ▶입법 및 정책 개발(19억2600만원) 등의 항목에서 특수활동비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감사원, 국무조정실, 대법원, 외교부, 통일부 등도 국정 수행활동, 주요시책 실태점검, 자문위원 지원 등에 특수활동비를 편성했다.
 
연맹은 특수활동비 중 기밀을 필요로 하지 않은 비용은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기타운영비 등 다른 일반 예산항목으로 책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특수활동비 중 기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비용은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단순 계도ㆍ단속 및 수사ㆍ조사활동), 기타운영비(유관기관 간담회, 화환 및 조화구입, 축ㆍ조의금 등) 등 다른 일반 예산항목으로 책정이 가능하다”며 “최근 법무부의 ‘돈 봉투 만찬’ 사례와 같이 일부 고위 관료들이 당초 특수활동비 취지와 다르게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국민의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통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이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낸 세금이 공공재로 돌아오지 않고 중간에서 낭비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자발적인 성실납세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보기관이외의 특수활동비는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관 특수활동비

주요 기관 특수활동비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2007~2016년 편성된 특수활동비 규모는 모두 8조5631억원이다. 지난 2012년 8382억원에서 2013년 8509억원, 2014년 8672억원, 2015년 8811억원, 지난해 8870억원 등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 10년간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4조7642억원을 써 전체 특수활동비의 절반 이상을 사용했다. 국방부(1조6512억원), 경찰청(1조2551억원), 법무부(2662억원), 청와대(2514억원)가 뒤를 이었다.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법무부 예산 중 특수활동비는 287억8300만원이 신청됐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는 4947억원, 청와대의 특수활동비는 265억원 신청됐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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