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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북한 마주앉아 장군 멍군 ~ 장기 둡시다

중앙일보 2017.05.25 02:30 종합 27면 지면보기
“남과 북의 장기인들이 분단 사상 처음으로 마주 앉아 장기경기를 하며 민족의 동질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22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서 만난 대한장기협회 산하 남북통일장기경기 추진위원회의 김홍규(64) 위원장은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김홍규 통일장기경기 추진위원장
장기알 ‘왕’은 ‘통’과 ‘일’로 바꿔
“내년 5월 10일 평양서 첫판 계획”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 민간교류 재개 가능성 소식을 접하니 너무 기쁘다”며 “지난 9년간 추진해온 남북통일장기경기를 성사시킬 계기가 마침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부모님의 고향이 각각 평양과 황해도 연백인 실향민 2세다.
 
그는 “장기는 전통적으로 남북한 모두에서 즐기는 민속 게임”이라며 “장기를 통해 남과 북이 마주 앉게되면 대화와 소통의 문이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첫 남북장기대회 계획표를 들어보인 김홍규 남북통일장기경기 추진위원장.

내년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첫 남북장기대회 계획표를 들어보인 김홍규 남북통일장기경기 추진위원장.

 
프로장기 3단인 김 위원장과 대한장기협회 측이 남북통일장기경기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9년 전인 2008년부터다. 그는 “북한에서는 장기가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국기(國技)’로 정해져 있고, 남한에서도 장기 동호인 수가 1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여서 남북이 공유하기에 딱 좋은 스포츠인 점에 착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박근혜 정부 말기에 이르기까지 대한장기협회 차원에서 수차례 정부 측에 남북통일장기경기 추진을 위한 남북 민간교류 승인을 요청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을 이유로 계속 진전이 없었다”며 “남과 북이 전통적으로 즐기고 있는 장기야말로 남북 화해와 소통의 가장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회 준비를 위해 남북통일 장기알(기물)과 장기판도 미리 만들어 뒀다.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장기알의 ‘왕’을 뜻하는 ‘한(漢)’과 ‘초(楚)’를 각각 ‘통(統)’과 ‘일(一)’로 바꿨다. 또 장기판 양옆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글귀를 넣었다. 장기판 가운데는 ‘한반도 지도’를 새겼다.
 
김 위원장은 “대한체육회와 협의를 마치고, 통일부로부터 남북 민간교류 승인을 받는 대로 북한의 조선장기협회 측과 접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회 명칭을 ‘제1회 남북장기경기’라고 잠정적으로 정하고, 남북한 근로자 대표간 경기 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 우리 측 선수는 32명으로 올해 안에 선발할 예정이다.
 
첫 대회는 남북 화해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에 맞춰 내년 5월 10일 북한 평양에서 치른다는 계획이다. 이어 매년 1∼2차례 남북을 오가며 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또 첫 대회 때 통일장기판과 알 1만 세트도 북한 측에 기증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남북장기경기가 성사되면 과거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것처럼 장기인들이 장기판을 들고 육로를 통해 방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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