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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파’가 장악한 안보실 … 남북관계 복원 포석

중앙일보 2017.05.25 02:00 종합 8면 지면보기
이상철(左), 김기정(右)

이상철(左), 김기정(右)

문재인 청와대의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가 진용을 갖췄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보좌할 1·2차장에 각각 이상철(60) 성신여대 교수와 김기정(61)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임명했다.
 

안보실 1차장에 장성 출신 이상철
군사회담 대표 역임한 군 내 북한통
2차장엔 심천회서 활동한 김기정
문정인 등 ‘연대 정외과 라인’ 두각

안보실 1차장은 안보·국방개혁·평화·군비통제를, 2차장은 외교·통일정책·정보 융합 및 사이버 안보를 담당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차장에는 군사 전문가를, 2차장에 외교 전문가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기용은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복원+미국과의 균형외교’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다. 신임 이상철 1차장은 육사 38기 출신으로 남북협상이 전공이다. 김기정 2차장 역시 북한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던 ‘비둘기파’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한국과 미국 각각 국익에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한·미 동맹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의용 실장과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를 포함, 새 정부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에 북핵 외교 실무 유경험자는 없다. 한반도 핵심 이슈인 북핵과 남북관계의 방정식을 함께 풀 전략통이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예비역 준장인 이상철 1차장은 현역 시절(2002년) 경남대 박사학위 논문(『한·미 동맹의 비대칭성: 기원 변화 전망』)에서 “한국군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와 한미연합사(CFC) 지휘 구조 개선을 통해 진정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기존 ‘한국군의 능력이 갖춰진 이후’에서 ‘정부 임기 내’로 공약했다.
 
그는 1991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 작성 때 실무진으로 참여한 이래 북한 핵 문제를 위한 6자회담 국방부 대표,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대표, 국방부 정책실 군비통제차장을 역임한 군 내 북한통이다. 2007년 남북 장성급회담 때 현재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연구원 이선권 원장과 담판을 벌였고, 2012년 남북 비공개 접촉 때 단장을 맡았다.
 
안보라인에 북핵 외교 전략통 없어
 
김기정 2차장은 문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 그룹인 심천회(心天會)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했다. 심천회는 문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직후 결성돼 본격적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으로 발전했다. 그는 지난 2월 문 후보의 특사로 미국으로 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면담할 정도로 캠프 안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한때 초기 안보실에 학자 출신은 배제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2차장에 임명됨으로써 건재를 과시했다.
 
김 2차장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강 외교장관 후보자와 동문이다. 연세대 정외과 교수로 정년퇴임하고 명예특임교수가 된 문정인 특보까지 하면 ‘연세대 정외과 라인’을 형성한 셈이다.
 
이상철 1차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다. 박근혜 정부에서 김장수-김관진 등의 전직 국방부 장관이 맡았던 역할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북핵은 다각적 국제 공조를 통해 풀어낼 외교의 문제”라며 “국제적 제재 분위기 속에서 이번 인사를 대화에 무게가 실렸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당장 남북관계를 복원한다기보다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조건을 봐 가며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상철 1차장은 통화에서 “지금 한반도와 주변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엄중한 상황이라 일방적으로 북한에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군비 통제 문제에 관한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2차장도 임명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지금 당장 (남북 대화로) 가자면 좀 무리가 있으니까 인게이지먼트(관여)의 방법과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며 “워싱턴과도 제대로 협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은 법률상 기구로 이를 적정하게 운영할 의무가 있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이라는 기능에 독자성이 있다”며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특별감찰관 자리는 지난해 9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사임한 뒤 공석이다.
 
정용수·김록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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