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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기준 금액 낮춰도 세수증가는 별로 … 금융소득 종합과세 딜레마

중앙일보 2017.05.25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최근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들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종합소득 과세 대상 금융소득의 범위 확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증세 문제는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전환하는 방안 등 실효세율 제고 대책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라고 얘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연 2000만원 초과’인 종합소득 과세 대상 금융소득 기준을 ‘1000만원 초과’로 확대할 것이며 연내 세제개편안에 반영할 예정이라는 구체적 전망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자 증세, 과세 형평성 방안 논란
당장 세율 올리기 힘든 현실에서
종합과세 강화, 증세 효과 노리지만
고소득자 세금 조금 늘어나는 수준
모든 금융소득자 종합과세 할 경우
조세연 “세수 오히려 7000억 줄어”
20% 단일 세율 부과 등 대안 거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범위 확대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건 공식적인 증세 없이도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세는 모든 정부의 딜레마다. 복지 확대 등을 위해 필요하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섣불리 시도했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 복지 등 공약 이행을 위해 임기 동안 178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증세 없이 재원을 마련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세금을 올리겠다고 나서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비과세·감면 축소 등의 ‘증세 없는 증세’, 즉 명목세율을 인상하지 않고 실효세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들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의 확대 역시 그런 방안 중 하나다. 사실상의 ‘부자 증세’나 마찬가지라서다.
 
은행 이자나 주식 배당금 등의 금융소득은 액수에 상관없이, 기타 소득의 유무 및 다과에 관계없이 15.4%(주민세 10% 가산 포함)의 정률로 세금이 부과된다. 부자나 저소득층이나 세율이 똑같다. 다만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정부는 199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부합산 금융소득 4000만원 초과 가정에 대해서만 종합과세를 했다. 나머지 금융소득자에게는 종전대로 분리과세를 했다. 2002년 부부합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기준 금액이 1인당 4000만원 초과로 변경됐고, 2013년1월부터는 1인당 2000만원 초과로 낮아졌다.
 
금융소득 이외의 소득이 많은 고소득자일수록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세금이 더욱 크게 뛴다. 근로소득 과세표준(과표: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이 6억원이고 금융소득이 2000만원인 고소득자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6억원의 과표에는 6.6~44%의 세율이 누진 형식으로 부과된다. 하지만 금융소득 2000만원은 분리과세 대상이라 15.4%가 정률로 부과된다. 6억원에 대해서는 2억3460만원(누진공제액 2940만원 제외), 2000만원에 대해서는 308만원이 세금으로 산출돼 도합 2억3768만원이 된다.
 
하지만 금융소득이 2001만원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돼 두 소득액을 더한 6억2001만원에 6~44%의 세율을 누진 적용한 뒤 누진공제액 2940만원을 뺀 2억4340만원이 최종 세액이 된다. 소득액은 단 1만원 차이지만 세금 차이는 572만원에 달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분리과세 세율(15.4%)이나 종합소득세율 중 더 큰 세율에 맞춰 과세를 한다. 종합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15.4%보다 높으면 금융소득 전액을 근로소득 등과 합친 뒤 종소세율로 세액을 산출하고, 15.4%보다 낮으면 2000만원까지는 분리과세 세율, 초과분에는 종소세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종합과세 대상 기준을 낮추면 종합과세 대상이 돼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고소득자들이 더 늘어난다. 이 사안이 ‘부자 증세’로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세금 문제가 워낙 민감해 자칫하다가 별다른 실익 없이 반감만 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종합과세 대상 범위를 확대해도 세수 증가분이 미미하거나 경우에 따라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기재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의 영향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귀속 지표를 근거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 종합과세 대상 기준을 ‘금융소득 1000만원 초과’로 낮출 경우 세수는 연간 13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물론 2014년에는 과표 5억원 초과의 최고세율(44%) 구간이 없었던 만큼, 현재 기준에서는 세수 증가 예상액이 소폭 증가할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5년 간 6500억원 정도의 추가 세수는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증세목표액 31조5000억원의 2%에 불과한 금액이다. 반면 새로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금융소득자는 3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37만 명의 반감을 사는 대가 치고는 만족할 만한 금액이라 보기 어렵다. 종합과세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경우에는 오히려 세수가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역시 조세재정연구원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모든 금융소득자에게 종합과세하면 오히려 연간 7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종합과세 대상자 11만여 명은 1인당 평균 86만원 정도 세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분리과세 대상자 5122만 명은 1인당 1만7000원씩 세부담이 감소한다. 참고로 금융소득자의 범위에는 금융소득이 0원인 아기를 포함해 전체 인구가 포함된다.
 
바꿔 말하면 현재 금융소득이 적은 계층이 분리과세로 인해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금융소득 분리과세 적용 세율 15.4%는 종합소득 과표 1200만원 이하 소득자에 적용되는 6.6%보다 훨씬 높다. 정부 입장에서는 알리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부담 시뮬레이션을 공동으로 담당했던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과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조세 형평도 추구하면서 세수도 보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 등은 구체적으로 ▶금융소득 100만원 초과자에 대해 20%의 단일 세율을 부과한다는 방안 ▶1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자에게는 15.4% 분리과세하고 2000만원 초과 금융소득자에게는 종합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간 금융소득 100만원 이하 금융소득자는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 연구위원은 “저소득자에게 실질적인 세감면 혜택이 돌아가게 하면서 연간 3000억원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도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종합과세=근로·사업·이자·배당·연금소득 등 소득을 더한 총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는 누진 구조다.
 
◆분리과세=전체 소득에서 금융소득 등 특정한 소득을 따로 떼어 별도로 과세하는 것이다. 이자나 배당금 등의 금융소득에는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15.4%(주민세 10% 포함)의 세금이 적용된다. 
 
세종=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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