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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돼 '친구' 노무현 찾은 문재인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겠다"

중앙일보 2017.05.23 18:30
 현직 대통령이 '친구'였던 전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추도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추도식은 대선승리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중간중간 웃음도 터져나왔다. 추도사를 맡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대통령님, 당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자 참석자들이 환호했다. 임 전 의장은 “문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0명 시대를 선언했다. 임을위한 행진곡이 다시 5.18 묘역에 울려퍼졌다. 구시대의 막차가 밀어줘 새시대의 첫차가 출발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연신 눈물을 닦자 임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이제 고마 쌔리 웃어라’ 라고 말씀하실 것"이라고 했고, 군데군데서 박수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 전 의장의 추도사 도중 눈물을 흘렸다. 임 전 의장 추도사가 끝나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의미의 나비 1004마리를 날리는 이벤트 도중 안경을 벗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은 뒤 인사말을 하러 연단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노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달 4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대통령이 돼 오겠다.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 나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삭발한 채 추도식에 나왔다. 유족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른 노건호 씨는 "정치적인 의사표시도 아니고, 사회 불만이나 종교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최근 심하게 탈모가 일어나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 외엔 건강에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번 일을 겪으며 전국의 탈모인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고 우스개 소릴 해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이 크게 웃었다.
 노씨는 “아버님이 꿈꾸신대로 우리나라에 새로운 첫물결이 흘러 밝은 새시대의 힘찬 물줄기가 계속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1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역대 추도식 중 최다 인파였다. 지난 22일 밤부터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23일 하루에만 5만여명이 마을을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버스 때문에 마을 진입로는 온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많으면 6000명 수준이었는데 이번엔 세 배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여당이 된 민주당에선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이해찬 의원(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7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도 자리했다.
야당 인사들도 대거 추도식을 찾았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 천정배 의원, 안철수 전 의원도 모습을 나타냈다.
 
 안철수 전 의원을 본 일부 시민들이 “여길 왜 왔느냐”고 소리지르고 야유를 보내자 안 전 의원의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 그는 “시민들과 앉겠다”며 무대 앞쪽 내빈석 대신 뒤쪽 일반석에 자리잡았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도 검은 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고 박맹우 사무총장을 대신 보냈다.
 
  추도식 마지막에 참석자들은 일어서서 손을 맞잡고 '임을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각 당 지도부가 모두 노래를 완창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함께 노래를 불렀으나 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김해=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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