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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위해" 아웃사이더를 CEO로 영입한 포드

중앙일보 2017.05.23 16:28
포드자동차가 22일(현지시간) 자동차업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짐 해켓(62)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추락하는 주가를 잡고,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포드가 조직 혁신 경험이 있는 경영자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짐 해켓 신임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 왼쪽)와 빌 포드 포드자동차 이사회 의장. [디어본 AP=뉴시스]

짐 해켓 신임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 왼쪽)와 빌 포드 포드자동차 이사회 의장. [디어본 AP=뉴시스]

빌 포드(60) 포드 이사회 의장은 이날 미국 미시간주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켓 CEO를 “예지력과 운영 능력을 겸비한 경영자”라고 소개했다. 포드 의장은 “포드는 속도감 있는 결정과 실행을 필요로 한다. 다음 세대 리더를 가르치고 육성하며, 포드를 날렵하고 첨단기술 조직으로 바꿔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켓 CEO는 "포드는 잘하는 것도 많지만 복잡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의사 결정과 명확한 소통을 위해 임원진 규모는 줄이겠다"고 말했다.

짐 해켓 '포드 스마트 모빌리티' 대표 CEO 선임
20년간 미시간주 사무용 가구회사 CEO 경력
일하는 방식 관찰, 칸막이 없앤 오픈 스페이스 도입
전통 자동차업체에서 기술 기업으로 변신 위한 포석

 
해켓 CEO는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사무용 가구회사 스틸케이스에서 30년간 근무했다. 그중 20년은 CEO로 일했다. 39세 나이로 경영이 악화된 회사의 경영을 맡게 됐을 때 그는 디자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를 도입했다. 사회학자ㆍ인류학자를 영입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관찰하도록 한 뒤 새로운 개념의 사무용 가구를 제안했다. 오늘날 사무 공간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칸막이 없는 오픈 스페이스는 당시로선 파격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짐 해켓 포드 최고경영자(CEO). [디어본 AP=뉴시스]

짐 해켓 포드 최고경영자(CEO). [디어본 AP=뉴시스]

해켓 CEO는 2013년 이사회 멤버가 되면서 포드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부터는 자회사인 ‘포드 스마트 모빌리티’ 대표를 맡아 차량 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우버ㆍ알파벳 등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과 경쟁해왔다.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포드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자동차 미래 기술과 서비스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포드는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목표와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기차 개발도 경쟁사에 비해 뒤처졌다. 그 결과 2014년 마크 필즈 전 CEO 취임이후 3년 간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했다. 114년 역사의 자동차업체 포드의 시가총액이 신생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에도 뒤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필즈 전 CEO는 알루미늄 픽업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포드가 전통적으로 강한 차량의 판매를 늘리고, 유럽과 중국에서 점유율을 올리며 2015년 사상 최고 세전 이익(108억 달러) 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단 시장은 해켓 CEO 선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22일 포드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2.12%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켓이 급변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헤쳐나갈 수 있는 전문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용 가구업에서의 성공이 자동차 같이 기술적 이해가 중요한 산업에서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해켓 CEO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포드 매출액은 1520억 달러(169조7000억원)로, 스틸케이스 매출액 30억 달러의 50배를 넘는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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