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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2인 엇갈린 행보…이영렬 낙담, 안태근 담담

중앙일보 2017.05.23 10:27
‘돈 봉투 만찬’의 두 핵심 인물인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좌천된 이후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영렬 부산고검 차장, 발령 후 연가 내
노 정권 인연·박 전 대통령 구속 등 기여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 충격·절망 클 것"
안태근 대구고검 차장은 이틀째 정상 출근

이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9일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이후 발령일인 어제(22일)부터 이틀째 출근하지 않고 있다. 부산고검 관계자는 “건강상 이유로 연가를 냈다. 추가로 (연가를) 낼 수도 있어서 앞으로 출근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돈봉투 만찬’과 관련,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를 밝혔다. 이 지검장이 성남시 이매동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돈봉투 만찬’과 관련,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를 밝혔다. 이 지검장이 성남시 이매동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지검장은 돈 봉투 만찬 파문으로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경위서를 제출했고, 대면조사도 앞두고 있다. 그가 감찰 조사 준비에 집중하려고 연가를 냈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이 전 지검장의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전 지검장은 돈 봉투 만찬 파문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내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또 국정농단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지휘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이끌어냈다. 새 정부가 탄생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이런 기대가 지난달 21일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저녁 식사로 물거품이 됐다. 대검의 한 연구관은 “인사 발령이 난 뒤 임지조차 가지 않았다는 건 미련을 버렸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고검장급에서 검사장으로 사실상 강등된 것에 대한 충격과 절망감이 꽤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지검장은 좌천 인사가 난 지난 19일 밤 경기도 성남 분당의 술집에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 후배 검사들과 술을 마시고 만취한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반면 안 전 국장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안 전 국장은 22일부터 새 발령지인 대구고검에 정상 출근해 차장검사 업무를 보고 있다. 대구고검 관계자는 “관례상 취임식은 없었지만 간부들과 간단한 상견례를 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안 국장은 이날 사표 표명을 했지만, 청와대는 수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안 국장은 이날 사표 표명을 했지만, 청와대는 수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안 전 국장은 돈 봉투 만찬 파문 전부터 ‘우병우 라인’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박영수 특검팀 조사에 따르면 안 전 국장은 지난해 7~10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윤장석 전 민정비서관과 1000차례 이상 통화(시도까지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지검에 근무하는 부장검사는 “안 전 국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승진이나 자리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아마도 좌천될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지검장 등 돈 봉투 만찬은 감찰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이 전 지검장을 비롯해 만찬 자리에 있던 10명을 검찰과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경찰은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돈봉투 사건 관련 언론보도를 근거로 개인의 고발장이 대검에 접수돼 금일 중앙지검에 배당했다”며 피고발 사실을 이례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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