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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업무지시 … 강제력 없어 “조각 전 과도기적 조치”

중앙일보 2017.05.23 02:31 종합 5면 지면보기
지난 10일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린 ‘업무지시’가 이틀에 한 번꼴로 공개되고 있다. 22일 4대 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 지시는 여섯 번째다.
 

이틀에 한 번꼴 업무지시 왜
국정교과서 폐지, 돈봉투 감찰 등
청와대 “대통령 본인의 의지 때문”
야당 “제왕적 대통령 강화” 비판
“빨리 내각 진용 갖춰야” 지적도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 본인의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정운영 과정에서 특별히 의미가 있거나 국민이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업무지시 형태로 공개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후 공개된 지시들 대부분은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 대상으로 규정했던 것들이다.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무지시 2호인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는 문 대통령이 대표적인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 대상’으로 규정했던 사안이다. 5호인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지시는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란 해석을 낳았다. 6호 타깃인 4대 강 사업은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자원외교, 방산비리와 함께 대표적인 이명박 정부의 ‘적폐 청산’ 대상으로 꼽았던 사안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적폐 청산의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국민의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수 있도록 청와대가 업무지시에 번호를 붙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하지만 “업무지시는 과도기적 조치인 만큼 너무 정치적으로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지 말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청문 절차가 끝나지 않아 새 정부의 장관들로는 국무회의를 열 수가 없고, 또 청와대 참모진 인선도 덜 돼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도 열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업무지시 형태로 지시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업무지시가 번호로 매겨져 나가는 게 우리도 불편하다”고 했다. 업무지시의 법적 성격 자체를 두고도 청와대에선 “자체의 법적 효력은 없지만 (강제력 없는 권고 성격이란 의미) ‘대통령 지시사항 관리지침’에 따라 정부 전자시스템에서 추진 현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행정명령을 흉내낸 듯하다”며 “헌법에 근거가 명확히 규정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과 달리 인기영합적이고 보여주기식 업무지시가 과연 정상적 행정 절차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화력발전소 폐쇄나 보(湺) 개방 등 집행 부처의 검토가 필요한 사안도 업무지시를 통해 즉각 이행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도 있다. 고연호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는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기구지 각 정부부처에 업무를 지시하는 상급 기관이 아니다”며 “청와대의 권력이 비대해질수록 관료들은 전문성을 발휘하기보다 줄서기에 나서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더욱 강화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라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무회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기 전까지의 잠정적이고 과도기적 조치로 이해된다”며 “이 기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것으로 빨리 내각의 진용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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