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교조 합법화 무리한 추진 땐 역풍 … “대법 판결 지켜봐야”

중앙일보 2017.05.23 02:01 종합 12면 지면보기
현재 법외노조 지위에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재합법화 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보고서에 ‘전교조 재합법화’가 상당한 우선순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중앙일보 5월 22일자 1, 8면>
 

청와대, 논의 부인하지만 공약 포함
고용부 행정명령 철회 추진 가능성
전교조, 27일 정부 압박 집회 열기로
교육계 “법·국민 상식 따라 진행돼야
정부 바뀐다고 뒤집으면 선례 남겨”

관련기사
 
청와대는 22일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교조 재합법화 방향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임기 초반에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전교조 역시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규약을 바꿀 생각이 없다.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라 해고자도 노조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96년 김영삼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하면서 당시 OECD 이사회가 요구한 ‘해고·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교원의 단결권 보장’ 등을 조건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해고자나 실업자의 교원노조 가입 허용을 막는 교원노조법 2조는 개정되지 않은 채 계속 유지돼 왔다. 법률 개정 등의 약속을 정부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해직 교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바꾸라는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2012년 10월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에 전교조가 곧바로 행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14년 1심에 이어 2016년 2심에서도 패소했다. 또 2015년 5월 헌법재판소도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본 교원노조법이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관계자는 “전교조가 스스로 규약을 바꾸지 않을 경우 재합법화 방안은 ▶대법원 승소 ▶교원노조법 개정 등이 거론된다”며 “하지만 대법원에서 1, 2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많고, 법 개정도 논란이 많아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재합법화의 걸림돌이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전교조 활동이 교육적인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며 “전교조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합법화는 법과 원칙, 국민적 상식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법에 따라 판단한 것이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이를 뒤집는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관련한 1심 판결이 내려진 지난 2014년 6월 국민 1007명을 설문조사했는데 전교조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좋다’는 응답이 19%에 불과한 반면 ‘좋지 않다’는 48%였다.
 
법 개정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한 전교조 재합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법이나 규약 등의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정부가 행정명령을 번복한다면 이를 문제 삼아 또 다른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가급적 정부와 전교조 사이 관계를 개선하면서 제도 안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오는 27일 서울대학로에서 창립 28주년 기념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참여연대 등도 가세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남윤서·정현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