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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9개월 만에 또 대통령 탄핵론

중앙일보 2017.05.23 01:13 종합 16면 지면보기
브라질에서 또다시 대통령의 탄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탄핵당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정권 안팎에서 테메르의 자진사퇴와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 직무대행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MPC(Main press Center) 방문을 마친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브라질 대통령 직무대행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MPC(Main press Center) 방문을 마친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테메르, 51억원 뇌물수수 의혹에
연정 구축한 3개 정당 이탈 선언
국민 87% “즉각 퇴진” 잇단 시위

21일(현지시간) 브라질 정계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브라질 변호사협회가 테메르의 탄핵 청문회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브라질 26개 주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이 협회 위원 26명은 표결을 통해 25대 1로 탄핵 청문회 지지를 결정했다.
 
여권 내에서도 테메르를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전날 브라질사회당(PSB) 등 테메르의 브라질사회민주당과 연정을 구축한 3개 정당이 연립정권 이탈을 선언했다. PSB 측은 성명을 통해 “테메르의 부패 수사가 늦어지면서 불안정한 정국이 이어지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테메르를 비판하며 사실상 퇴진을 촉구한 것이다. 테메르를 향한 퇴진 요구가 여권 내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말인 21일엔 브라질 전역에서 테메르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은 이날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수백 명의 인파가 모여 집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집회에 참석한 아나 보르귄(28)은 “이제 (테메르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왔다”며 테메르가 정권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여론조사기관 파라나리서치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87%가 테메르의 즉각 퇴진에 찬성했다.
 
테메르는 취임 직후부터 일부 반대파의 퇴진 요구에 시달려왔으나 탄핵론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8일이었다. 이날 브라질 연방 대법원은 테메르 집권 초기부터 제기돼 왔던 테메르 정부의 부패 및 사법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를 승인했다.
 
이튿날 브라질 육가공 대기업 JBS의 조에즐리 바치스타 회장이 테메르에게 460만 달러(약 51억원)를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 및 녹취록이 연방 대법원을 통해 공개됐다. 바치스타가 테메르 등 여당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검찰과 형량 합의 도중 폭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테메르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테메르는 TV연설을 통해 녹취록 등 자신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사실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검찰 수사를 중지해야 한다는 청원을 연방대법원에 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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