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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주당 근로시간 68시간과 52시간의 차이는 왜?

중앙일보 2017.05.23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항상 늦게 퇴근하는 아빠 때문에 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꼭 우리 아빠만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요즘 법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인데 52시간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듣습니다. 소송도 벌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당 근로시간 68시간과 52시간 차이가 무엇입니까?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1주가 7일이냐 5일이냐에 따라 달라져
1주 5일(평일)이면 주 40시간에다 추가 근로 12시간만 가능
1주 7일로 보면 '40시간+12시간+주말근로 16시간' 더해 총 68시간

A. 흔히 한국인의 삶을 ‘저녁이 없는 삶’에 비유합니다. 실제로 틴틴 여러분도 평일에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드물죠? 본인이 학원에 다니느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부모님의 퇴근이 늦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연평균 2113시간(2015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두 번째로 깁니다. 멕시코(2246시간)만 우리보다 앞에 있습니다. 근로시간이 짧은 편인 독일(1371시간)·네덜란드(1419시간) 등과 격차가 매우 크죠.  
 
일반적으로 경제 규모가 크고,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근로시간이 짧습니다. 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 상위 10개국(짧은 순)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5만7388달러에 달하지만, 하위 10개국은 대부분 1만 달러 수준입니다. 1인당 GDP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이 하위그룹에 속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장시간 근로는 여러 면에서 좋은 일이 아닙니다. 우선 개인에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빼앗습니다. 하루에 1시간 더 일하는 게 무슨 큰 차이냐 하겠지만 1년으로 환산하면 365시간이나 됩니다. 엄마·아빠가 이 시간을 아이와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근로시간이 짧은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는 지표만 봐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겁니다.  
 
경제적으로도 장시간 근로는 득보다 실이 큽니다. 오래 일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거든요. 공부를 오래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충분한 잠과 휴식은 그래서 중요하죠.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더욱 그럴 겁니다.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요즘 직원에게 야근을 못하게 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도 그래서죠.  
 
일하느라 돈을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제는 생산과 소비, 이 두 바퀴로 굴러갑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다면 그 경제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요즘 한국은 이 소비 위축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이는 많은 근로자가 일하고 와서 잠을 자기 바쁜 상황,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정부가 휴일을 늘리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됐을까요? 일단 특유의 부지런함이 깔려 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한국의 산업화 세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후대에 가난을 물려줘선 안 된다’는 책임감과 근면정신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하나라도 더 만들어 수출하려는 회사의 입장과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근로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거죠. 물론 이 덕분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은 단 50~60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부지런함만으로 장시간 근로를 설명할 순 없습니다. ‘근면’이라면 세계 어딜 가도 뒤지지 않는 독일인의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거든요. 뭔가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지요. 조금 복잡하지만 법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해둔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제50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53조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최장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여기까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1주일 최대 68시간’이란 원칙이 적용돼 왔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때문입니다. 고용부의 설명은 이런 내용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1주는 7일이 아니라 평일(5일)이다. 12시간 한도로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에 휴일 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8시간씩 총 16시간을 추가로 일하는 건 위법이 아니다.”
 
즉, ‘법정 노동시간(40시간)+연장 근로(12시간)+주말 추가 근무(16시간)’라는 설명입니다. ‘1주는 7일이 아니라 5일’이란 해석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9월에 내려진 겁니다. 3년 뒤인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법정 노동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습니다. 고용부도 ‘일요일만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을 바꿨지만 정부가 사실상 장시간 근로를 용인해 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좀 다릅니다. 법원은 이제껏 진행된 여러 소송에서 ‘평일·휴일 구분 없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라고 판시했습니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법원도 그리 생각한다면 행정해석을 바꾸면 될 것 같은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갑자기 ‘52시간이 맞다’고 하면 68시간으로 알고, 직원을 고용해 썼던 많은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 됩니다.  
 
인건비(수당)도 문제입니다. 연장 근로를 하거나 휴일에 일하는 경우 회사는 근로자에게 수당(통상임금의 50%)을 지급합니다. 평일 임금이 10만원이라면 15만원을 줘야 하는 거죠. 그런데 휴일에 근무한 것은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라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러니 ‘연장근로 수당(통상임금의 50%)에다 휴일근로 수당(통상임금의 50%)을 합쳐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라’는 겁니다. 휴일에 일한 근로자에게 15만원을 주던 회사가 당장 20만원을 줘야 하는 거죠.
 
결국 사람을 더 뽑고, 수당도 더 주란 얘깁니다. 갑자기 바꾸면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집니다. 특히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작고, 직원이 몇 명 없는 중소기업은 생존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은 2013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왔습니다. 일단 법원의 판단대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못박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시행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의견 차가 적지 않습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적용 시점을 달리하고, 한시적으로 처벌을 유예하는 규정 등에 관해 합의가 필요합니다. 연장 근로 수당을 어떻게 정하고, 이전에 지급하지 않은 수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를 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 1800시간대의 근로시간’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려면 법만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OECD 회원국의 근로시간을 분석해보면 꽤 의미 있는 ‘방향’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 짧은 나라일수록 파트타임 비중과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높다는 겁니다. 연 근로시간이 1500시간 미만인 독일·네덜란드는 한국에 비해 파트타임 비중이 2~3배 높고, 여성경제활동참가율도 15%포인트 가량 높습니다. 전일제(풀타임) 근로자 비중이 90%에 달하는 한국과 달리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쓰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를 보기 위해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엄마, 삶의 만족을 위해 일주일에 30시간만 일하겠다는 아빠가 꽤 많은 거죠.  
 
결국 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일하는 방식, 문화를 함께 바꿔야 합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9시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일하고 싶은 여성, 경력단절 여성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겠죠.
 
이미 현장에선 이런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프론텍은 원래 외국인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를 주로 채용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정규직에 비해 책임감이 덜하고, 이직률도 높아서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할 사람을 제때 못 구해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죠.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시간을 선택해 일하는 정규직을 더 많이 뽑기로 한 거죠. 12명이었던 외국인 근로자는 1명으로 줄이고, 10명이던 비정규직은 아예 없앴습니다. 그리고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근로자 46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은 2013년 22대에서 37대로 68% 늘었고, 제품 불량률은 같은 기간 40% 가량 낮아졌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된 근로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답니다.  
 
현재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새로 뽑거나, 기존 전일제 근로자가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면 직원 1인당 최대 월 60만원씩 1년 간 지원해줍니다. 현장에선 지원을 좀 더 많이, 길게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도 ‘일자리 나누기’ 효과가 큰 만큼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시간선택제를 핑계로 인건비 싼 파트타이머만 늘리려는 기업은 더 엄격히 감독해야겠죠.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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