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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경제팀에서 EPB는 뜨고, 모피아는 주춤…노무현ㆍ박근혜 정부 닮은꼴

중앙일보 2017.05.22 11:45
문재인 정부 첫 경제팀 인사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약진이다. 그중에서도 노무현 정부에서 활발히 일했던 기획·예산 라인이 부활하고 있다.
 

김동연 내정자와 홍남기 국조실장이 EPB
기획ㆍ예산라인 노무현 정부에서도 중용
확장재정ㆍ소득주도 성장 등의 정책 영향
현 정부서 모피아는 김진표ㆍ이용섭 부상

김동연 경제 부총리 내정자, 옛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다. [중앙포토]

김동연 경제 부총리 내정자, 옛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다. [중앙포토]

21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과 지난 11일 임명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모두 EPB 출신이다. 두 사람 다 공직 생활 중 기획과 예산 업무를 주로 맡아 왔다. EPB는 노무현 정부 때 중용됐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근무한 6명의 청와대 정책실장 중 3명(박봉흠·권오규·변양균)이 EPB 출신이다. 반면 모피아는 한 명도 없었다. 기획과 예산, 대외경제 등에 장점을 지난 EPB 출신은 당시 최초의 국가 중장기 전략을 담은 ‘비전 2030’ 등의 미래 청사진들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박봉흠·변양균은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부총리 내정자와 홍 실장도 노무현 정부 시절 중용됐던 EPB 인사였다. 특히 변 전 실장과 한솥밥을 먹은 인사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요직에 포진됐다. 김 내정자는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아래서 전략기획관으로 근무하며 중·장기 복지정책 로드맵인 ‘비전 2030’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책에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남기 실장도 변 장관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정책 보좌관을 했다. 여기에 7급 공무원 출신으로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한 이정도 총무비서관 역시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차관 때 비서였으며 그 후에도 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로 인해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변 전 실장의 추천이 인사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인 홍남기 실장도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다.[청와대 제공]

신임 국무조정실장인 홍남기 실장도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에서 EPB 출신 인사에 힘이 실리는 것은 정책 방향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새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확장적 재정정책 , 소득주도 성장 등을 경제 회복의 주요 골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펼쳐나가기 위해 기획·예산에 강점을 가진 EPB 출신을 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 박근혜 대통령 때에도 경제팀에서 EPB 출신이 중용됐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현오석 전 부총리,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최경환 부총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중용됐다. 기획·예산라인 보다 대외경제 조정실 출신이 주를 이뤘다.
 
반면 경제 관료의 또 다른 한 축인 옛 재무부 출신 인사(모피아)는 주춤한 모양새다. 모피아는 이명박 정부 시절 득세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엔 기획재정부 장관 3명(강만수·윤증현·박재완)이 모두 모피아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 요직에 배치되지 않았다.
 
김진표 국정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모피아 경제관료 출신이다.[중앙포토]

김진표 국정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모피아 경제관료 출신이다.[중앙포토]

현재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중 모피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문재인 정부 경제팀을 이끌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진표 전 부총리와 이용섭 전 의원이 모피아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김 위원장은 부총리(경제·교육)를, 이 부위원장은 장관(행정자치·건설교통)과 국세청장을 지냈다. 두 사람 다 노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셈이다. 다만 두 사람이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인수위 기능을 하는 자문위원회와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위원회의 부위원장은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할 수 있는 자리일 수 있다” 며 “앞으로 청와대 경제수석·경제보좌관, 금융위원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남은 경제 관련 인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그 역시 모피아 출신 경제 관료다.[중앙포토]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그 역시 모피아 출신 경제 관료다.[중앙포토]

 
◇EPB와 재무부=EPB는 1948년 정부수립 당시 만든 기획처를 모태로 61년에 재무부 예산국, 부흥부 등을 합해 만들었다. 경제발전 계획과 예산 편성·집행, 물가안정, 대외경제 정책 등을 맡는다. 정부수립 당시부터 출범한 재무부는 금융·세제·국고 등 재정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지만 두 부처 출신은 여전히 한국 경제관료를 양분하는 대표 세력으로 꼽힌다. EPB 출신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큰 그림에 익숙하다면 재무부 출신 모피아는 경제 안정화와 단기적 위기 대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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