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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제 살점 도려내고 조직 문화도 바꿔라

중앙일보 2017.05.18 20:34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른바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 어제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 감찰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의 실체는 복잡하지 않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주재하고 법무부·검찰 중견 간부 8명이 배석한 만찬 때 양측이 70만~100만원이 든 수사비·격려금 명목의 돈봉투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검찰이 여전히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세상을 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아직도 수사비를 돈봉투로 주고받는 낡은 시대에 갇혀 있는 것이다.
 

파문 커지는 법무부-검찰 돈봉투 사건
‘관행’이라는 검찰의 낡은 인식도 문제
합동감찰팀, 진상 규명 성과로 말해야

특히 안 국장은 국정 농단 수사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수백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이 지검장이 이끄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대상으로까지 거론됐던 인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이 기소된 지 불과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에 만찬 회동을 한 것도 부적절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그동안 관행이어서 문제 될 게 없지 않느냐”는 검사들의 상황 인식이다. “누구보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등을 잘 지켜야 할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이 버젓이 돈봉투를 주고받는 장면 자체가 낯 뜨겁기 짝이 없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간극이 너무 크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검찰이 즉각 감찰에 나서지 않고 미적댄 것도 이런 낡은 사고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부랴부랴 감찰에 나서면서 모양새는 이미 구겨졌다. 지금부터 검찰은 조사 결과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합동감찰팀은 만찬 시기의 적절성과 오간 대화 내용, 격려금의 출처와 지출 과정의 적법성, 법무부·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 체계 및 실태, 김영란법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사의를 표한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키로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찰은 검찰 개혁이 아닌 공직 기강 확립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문 대통령은 ‘감찰’을 지시했지만 사실상 철저히 수사하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검찰과 재벌을 양대 적폐 세력으로 지목해온 만큼 이번 돈봉투 사건을 검찰 개혁의 호기로 삼을 게 분명하다. 법학자 출신 조국 민정수석 임명에 이어 검찰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법무부 감찰관을 총괄팀장으로 하고 감찰 인력 20여 명을 대거 투입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검찰 조직은 이번 사건으로 초토화됐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 인사·예산을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장마저 감찰 도마에 올랐다. 오래전부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구호로 요란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변한 건 없다. 이제 검찰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려놓을 것은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검찰도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추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수술당하는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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