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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로 채워지는 민정수석실, 검찰 개혁 전진기지 되나

중앙일보 2017.05.18 18:01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 개혁의 전진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역대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에 소위 ‘잘 나가는 검사’를 배치해 검찰을 장악하려했던 것과는 달리 검찰에 메스를 가할 수 있는 칼잡이로 민정수석실을 채우면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검찰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앙포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검찰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법대 교수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을 임명할 때부터 예고됐다. 같은 날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면서 민정수석 산하에 반부패비서관을 신설했고, 이 자리에는 다음날 ‘면도날 수사’라는 별명을 가진 박형철(49) 변호사가 임명됐다. 박 비서관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개입 사건을 담당했다가 검찰을 떠났던 만큼 권력과 검찰의 유착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주로 대통령 측근 또는 법조인이 기용됐던 공직기강비서관에는 행정고시 출신의 김종호(55)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이 17일 임명됐다. 공직기강비서관과 마찬가지로 지난 9년간 주로 법조인이 맡았던 민정비서관에도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비법조인인 권오중(49) 전 서울시장 정무수석 비서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는 이광철(46) 법무법인 동안 변호사가 기용될 전망이다. 마지막 남은 민정수석실 비서관 자리인 법무비서관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대리인단에 참여했던 이용구(53) 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을 관통하는 코드는 ‘검찰 개혁’이란 게 법조계의 평가다. 권오중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추진 과정 등에서 실무를 맡아 검찰 개혁 시도와 좌절을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이광철 변호사는 공안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최근까지 검찰과 각을 세웠던 대표적 인사다. 이 변호사는 2014년 당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이 간첩사건 변호를 도맡아 온 장경욱 변호사를 대한변협에 징계 신청하자 그 배후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12월 김 전 비서실장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하기도 했다. 법무비서관으로 거론되는 이용구 변호사는 판사 재직시절 개혁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핵심 멤버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인선에 대해 “현직 검찰이 청와대에 편법적으로 파견돼온 비정상을 끊겠다는 것”이라며 “검찰 개혁과 곧바로 연결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조국 수석이 이미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검찰 개혁을 끝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한 만큼 민정수석실은 앞으로 검찰 개혁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검사장급 검찰 간부는 “조국 수석 등이 밝힌 검찰 개혁의 의지가 민정수석실 인선 결과를 보면 점점 구체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장혁·허진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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